검찰, 왜 바뀌어야 하나

(3) 인사의 문제

조미덥 기자

MB의 정실인사, 권력 입맛에 맞는 수사가 결국 ‘검란’ 불렀다

최근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로 불명예 퇴진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53)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다. 이번 정권에서 서울고검장-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지난해 8월 총장이 됐다.

그는 ‘MB식 코드인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한 전 총장은 내곡동 사저 사건 때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소환하지 말고,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란 때 한 전 총장에게 반기를 든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50)은 검찰 내 ‘TK’(대구·경북) 인맥이다. 그는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있으면서 이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맡아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리했다.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무죄를 입증받아 대통령이 됐다. 이 대통령 집권 후 최 부장은 대검 수사기획관-중앙지검 3차장-중수부장의 요직에 임명됐다. 원래 ‘특수수사통’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승승장구였다.

▲ MB가 낙점한 검찰총장 ‘내곡동’ 무혐의 처리 지시
BBK 무혐의 처리 검사는 중수부장까지 승승장구
“청와대 파견제도 문제… 시민 참여 인사위 구성을”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자존심 강한 검찰은 인사에 더 민감하다. 검사 출신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다음 보직을 걱정하는 것이 검사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이 대통령은 2009년 이인규 검사(53·현 법무법인 바른)를 중수부장에 앉혔다. 과거 이 검사가 미국에 파견나가 있을 때 그곳에서 정치낭인으로 떠돌던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맡았다. 그는 수사 도중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불명예 퇴진했다.

현 정권에서 법무부·검찰의 노른자위 보직은 이 대통령 고향과 동문인 TK와 고대 인맥에게 돌아갔다. 두 인맥이 ‘MB 검찰’의 양대 축이었던 셈이다. 한상대-최재경 두 사람의 충돌을 놓고 검찰 내 고대 인맥과 TK 인맥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검찰 내 TK·고대 인맥은 상당 부분 겹쳐 있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노환균 법무연수원장이 그런 경우다. TK와 고대의 교집합이 MB 검찰의 ‘성골’인 셈이다. 한 전 총장의 경우도 출신지는 서울이지만 처가는 TK다. 육사 출신인 장인은 이상득 전 의원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경한 현 정권 초대 법무부 장관(69)은 검찰 내 TK 인맥의 거두였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8년 선배로 검찰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이 망가지게 된 첫 단추로 김 전 장관의 막무가내식 코드인사를 꼽는 검사가 많다.

김 장관 재임 시 이른바 ‘정권 코드수사’가 집중됐다. 검찰은 전 정권이 임명한 정연주 KBS 사장과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 인터넷상에 경제위기설을 퍼뜨린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직접 수사해 기소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무리한 기소라는 의견이 나왔다. <PD수첩> 수사를 맡은 부장검사는 ‘양심상 기소할 수 없다’며 검찰을 떠났다. 이 세 사건은 모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오히려 이 사건들의 담당 검사를 핵심 보직으로 기용했다. 정연주 사장 수사를 지휘한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50)은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PD수첩> 사건을 처리한 전현준 검사(47)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을 거쳐 현재 중앙지검 3차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사 파견도 문제다. 이들은 청와대의 뜻을 검찰에 관철하는 역할을 한다.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으로 일한 김진모 검사(46)는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연수원 동기들 중 가장 먼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실인사가 만악의 근원”이라며 “검찰총장 추천위원회, 검찰인사위원회에 시민들이 참여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일부에서는 ‘고검장·지검장 직선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올해 검찰개혁의 화두로 검사장 직선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이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검찰 인사에 시민을 참여시켜 검찰의 ‘민주적 운영’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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