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법무부 깜깜이 내규들…기본권 위해 적극 공개해야

허진무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권도현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권도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6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한 것으로 인해 ‘수사 방해’ 의혹을 받았다.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한 근거는 대검의 비공개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이었다. 비공개라 예규 내용을 알 수 없는 일반인들은 총장의 결정이 적정한지 판단할 수 없었다. 대검이 2017년 3월 제정한 이후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이 예규는 2020년 10월 공개로 전환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사단법인 두루, 천주교인권위원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검찰과 법무부의 비공개 내규가 지나치게 많아 헌법상 기본권 보장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승익 한동대 BK21 연구교수에 따르면 대검은 전체 내규 306개 중 63개(20.5%)를 비공개 내규로 운영하고 있다. 법무부도 11개의 비공개 내규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검찰이 비공개 내규가 가장 많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도 전체 내규 327개 중 비공개 내규가 59개(18.0%)로 검찰보다 적었다. 경찰은 전체 내규 181개 중 1개(0.5%)만 비공개였다.

유 교수는 검찰이 비공개 내규에 어떤 것이 있는지 목록조차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검의 ‘비공개 대상 검찰행정정보 세부기준’에 따르면 비공개 내규는 공개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 등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대검 예규 ‘수용자에 대한 출석요구 및 조사에 관한 지침’은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됐다가 다시 비공개로 바뀌었는데, 그렇게 바뀐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고 한다. 유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검찰 내규는 반드시 공개해야 하고 비공개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내규는 목록, 요지, 비공개 사유를 게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무부가 외국인과 수용자에 대한 내규를 비공개하는 관행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내규 67개 가운데 8개(11.9%)가 비공개이다. 난민 심사의 기준이 되는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은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보공개청구 소송 과정에서 판결문을 통해 존재가 확인됐다.

최 변호사는 이런 지침들이 외국인의 기본권과 직결되는데도 비공개하는 것은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제인권규범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0월 “난민인정절차의 투명한 공개를 통한 민주적 통제는 법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됨과 동시에 공공의 안전과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지침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법무부가 항소한 상태다. 최 변호사는 “난민 체류 행정에 있어서 공개되지도 않은 법에 의해 법적 논증 없는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강성준 활동가는 법무부가 수용자의 기본권 보장에 필수적인 내규들을 비공개한다고 비판했다. 강 활동가는 “교정시설 방호나 보안과 관련된 규정은 공개하기 어렵겠지만 수용자 처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규는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기관의 특성상 고도의 밀행성과 보안을 위해 비공개 내규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검 기획조정부 소속 임수민 검찰연구관은 “범죄가 복잡다단화되면서 다양한 수사기법이나 사건처리 기준 등을 담은 내규가 새롭게 마련돼 수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구체적 사안마다 ‘국민의 알 권리’와 ‘효율적인 직무수행의 이익’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김봉영 서기관은 “내규 공개 판단을 할 때는 수용자의 인권 보장과 시설의 질서 유지라는 두 이념을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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