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설립 조항 빠진 검찰청법 개정안…법 통과돼도 ‘뇌관’

허진무 기자

민주당 “곧 논의” 밝혔지만 윤 취임 후 거부권 행사 땐 불가능

검찰 직접조사 2개로 줄이고 경찰의 수사범위만 늘려놓은 셈

국회의사당 앞으로 배달된 화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28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의사당 앞으로 배달된 화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28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내용이 빠진 것을 놓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검수반박(검찰 수사권 절반 박탈)’에 그쳤다는 말이 나온다. 법안만 놓고 보면 검경 수사권을 재조정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고 경찰의 수사범위를 늘린 수준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상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였다. 줄이기는 했지만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남겨둔 것이다.

당초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중재안에는 법 개정 뒤 1년6개월 내에 ‘한국형 FBI’인 중수청을 신설해 6대 범죄 수사권을 모두 이관하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내용은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삭제됐다.

민주당은 조만간 국회 형사사법개혁특위를 꾸려 중수청 설립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불참 입장을 밝힌 데다 본격적인 입법 논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나 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혹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시도처럼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입법을 강행하더라도 윤석열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입법은 불가능하다. 중수청 설립과 관련한 아무런 담보장치도 없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만 줄인 셈이다.

검찰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검찰의 공직자·선거범죄 수사권을 박탈하고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것에 비판이 집중됐다. 검찰이 수사하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문재인 정부 관련 공직자범죄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손을 떼게 하려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개정안에서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범위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규정한 조항도 비판했다. 앞서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로 제한한 원안보다는 넓어졌지만 더 넓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검은 이날 입장문에서 사건 관계인이 경찰의 불송치에 이의신청한 사건, 경찰이 시정조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사건, 불법 구금이 의심되는 사건을 예로 들며 “사경의 편파수사, 축소수사,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경우 더욱 철저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보완수사토록 하는 것은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인권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무리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인권위는 이날 대검에서 회의를 한 뒤 “국가의 수사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권한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므로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사항은 헌법과 헌법정신에 맞게 구성·운영되어야 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입법절차 역시 헌법원리에 부합하여야 한다”면서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한 절차와 방식, 속도로 제도의 변화가 이뤄질 경우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회의에서 “형사사법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입법이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와 속도로, 국민 의견 수렴을 배제한 채 국회 다수당의 일방적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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