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법 공포에 “참담하다”…대구고검장, 첫 항의성 사의

이보라 기자

검찰, 개혁 반발 최고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 검토”
검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팔다리 다 잘랐다” 비판 쇄도

검사의 수사권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3일 공포되자 대검찰청은 “참담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현직 고검장이 법안 처리에 항의해 물러나는 등 일선에선 반발이 이어졌다.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서울 서초구 대검 기자실에서 대검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 차장검사는 “국회는 물론 정부에서조차 심도 있는 토론과 숙의 과정을 외면하는 등 법률 개정의 전 과정에서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대검찰청은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 및 절차상 위헌성, 선량한 국민들께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 요구를 건의드렸으나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 없이 그대로 의결되었다”며 “앞으로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국무회의가 개최되기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순범 대구고검장(53·사법연수원 25기)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의 글을 올리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야가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 합의하자 전국 고검장 6명이 사의를 표했지만, 실제 물러난 것은 권 고검장이 처음이다.

권 고검장은 “문제의 법안들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며 “고위 간부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부당한 입법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왔지만, 오늘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기에 사직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이 집중되는 거대 경찰을 통제할 고민도 없었고, 수사권 조정 이후 심각해진 경찰 수사 지체와 그로 인한 국민 고통 역시 안중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프로스에는 개정법 공포를 비판하는 다른 검사들의 글도 이어졌다. 정경진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해로운 잡초만 죽여달라. 왜 독성 강한 제초제를 뿌려 잡초와 함께 있는 각종 나물도 다 죽이나”라며 “왜 잘 돌아가고 움직였던 팔다리를 다 잘랐나. 암덩어리만 제거하면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검찰 일각에선 검찰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그나마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전국 검사장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전국의 평검사님들과 중간간부들, 수사관, 실무관님들의 구체적인 법안의 문제점 발굴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그러한 노력으로 원안에 있던 일부 독소조항은 폐기되기도 하였다”고 밝혔다. 대검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거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내용의 위헌성 논란과 더불어 절차적으로 국회법상 법률안 심의 절차를 모두 형해화하는 등 명백한 위법성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이날 헌재에 개정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4일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예정이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