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맞아 새 정부 첫 특사
‘경제위기 극복’ 명분 신동빈 등
“재벌 총수에게 또 면죄부” 비판
이명박·김경수 등 정치인 제외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 4명에 대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과 원칙’ ‘공정’을 내걸고 집권한 윤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을 앞세워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관행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부회장과 신 회장 등 경제인 4명을 포함해 노사 관계자,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범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오는 15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특별사면이다.
이 부회장은 복권된다. 지난달 형 집행이 종료된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됐는데, 이 제한이 풀리는 것이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 회장은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애는 사면과 복권 조치가 함께 이뤄진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9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장세주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도박을 한 혐의, 강덕수 전 회장은 분식회계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명박씨와 김경수 전 지사는 특별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한 장관은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이 국민들의 민생경제라는 점을 깊이 고려해 정치인과 공직자는 특별사면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건설업, 자가용 화물차·여객운송업, 공인중개업, 생계형 어업인 어업면허·허가,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59만3509명에 대해서는 특별감면 조치하고, 모범수 649명을 가석방했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이번 특별사면 명분으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특별사면 등 안건을 상정하면서 “사면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넓게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이번 사면으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19년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는 공동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의 수사를 이끌었으나 이번 사면으로 자신의 검사 시절 결정을 뒤집고 재벌의 편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