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주호영 비대위’…여권 대혼란

정대연·구교형·이홍근 기자

법원 “주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이준석 전 대표 가처분 신청 인용

주호영 “정당자치 훼손 결정” 비판

이의 신청 내고 오늘 긴급의총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결정을 내렸다. 당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비상당권을 주호영 의원에게 맡긴 지 17일 만에 비대위호가 사실상 좌초한 것이다. 이 전 대표 징계 후 50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도체제가 네 차례나 바뀌는 상황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의원 대부분과 윤석열 대통령까지 참석한 연찬회에서 당정 ‘원팀’을 결의한 지 하루 만에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당 주류가 무리하게 이 전 대표 축출에 나섰다가 실제 ‘비상상황’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된다. 지도부는 “가처분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지만 수용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주 위원장 직무집행을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비대위원장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지나도 이준석이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비상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 당대표 또는 최고위원회의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고 당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위 기능을 회복할 수 없거나 회복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의 비상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대위 전환은 절차와 내용 모두 하자가 있다는 이 전 대표 주장을 사실상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은 당사자 적격이 없어 각하한 것이고 실제 판단은 주 위원장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했는데, 그것이 인용된 것”이라며 “사실상 이 전 대표가 전부 승소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 파괴행위에 대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윤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던 주 위원장은 급히 국회로 돌아와 “매우 당혹스럽다”며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정당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판사 성향을 문제 삼는 의원들도 많았다. 지도부는 수차례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친윤석열계가 막무가내로 비대위 체제를 밀어붙였다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이 전 대표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 후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메시지를 노출해 비판이 일자 당헌까지 개정하며 비대위 체제를 밀어붙였다. 하태경 의원은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법원 결정 후 예정했던 방송 출연을 취소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수정당, 여러분의 참여로 바꿀 수 있다”며 당원 가입 독려 글을 올렸다. 당 움직임을 지켜보며 추가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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