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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접종 완료 새내기들’ 대면수업 확대…비대면 융합 교육, 전화위복 될까

조해람·강한들·김혜리 기자

‘코로나19 이후’ 대학 모습은

지난 23일 동아보건대 간호학과생 송하일씨(23)가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강한들 기자

지난 23일 동아보건대 간호학과생 송하일씨(23)가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강한들 기자

‘코로나19 이후의 대학’은 어떤 모습이 돼야 할까. 대학생들은 무엇보다 다른 학생·교수들과의 만남에 목말라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기회를 얻고 싶어했다. 실습수업을 간절히 원한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비대면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와 원격수업 인프라를 대면 전환 이후에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정혁씨(23·서울시립대 2학년)에게 대학은 ‘시야를 확장하는 공간’이다. 정씨는 “나중에 진로를 정해서 나가게 되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길을 밟아온 사람들과 모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서만큼은 전공도 살아온 배경도 다른 사람들이 모인다”며 “대학이 학문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 교차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뮤지컬연기를 전공하는 이기화씨(24·청강문화산업대 2학년)도 비슷한 생각이다. 인터넷 댓글 등을 보다 보면 ‘나’만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타인에 대한 감수성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작품이랑 똑같아요. 관객이랑 소통하듯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깊은 관계들을 만들며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 필요해요.”

이씨가 대면수업을 원하는 이유는 또 있다. 예체능 전공인 이씨는 직접 교수와 소통하며 기술을 갈고닦을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하다. 이씨는 “댄스도 보컬도 연기수업도, 오프라인에선 (역량의) 101%를 쓰고 온다는 느낌이 있는데 비대면에선 한 70~80%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습수업이 취소돼 카페에서 일하며 제과제빵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이채은씨(19·김포대 호텔제과제빵과)도 “실습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취업을 나갈 수 있도록 (학교가)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제과제빵학과 1학년 이채은씨(19)가 일터인 경기 성남시 한 카페에서 손님이 없는 사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제과제빵학과 1학년 이채은씨(19)가 일터인 경기 성남시 한 카페에서 손님이 없는 사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김창길 기자

간호학과 2학년 송하일씨(23·동아보건대)는 비대면 상황을 ‘아픈 시기’라고 비유했다. 송씨는 “(코로나19 이후) 아팠던 시기를 다시 메꾸려면 학교든 본인이든 원래 해 오던 것 이상으로 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수업 시수도 늘리고, 경험할 기회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실습도 더 독려했으면 한다”고 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1학년 신재욱씨(19·포항공대 무은재학부)는 ‘대면 세대’와 ‘비대면 세대’의 격차를 걱정했다. 코로나19 이전의 대학을 겪어보지 못한 만큼 그에겐 “평범한 대학”이 더 절실하다. 신씨는 “다양한 대외 경험 기회도 그렇고, 수업 면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게 대면보다 제한적이다. 아무래도 빨리 대면을 해야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며 “소통이 많아지면 다양한 기회가 자연스럽게 주어질 것 같다”고 했다.

대학들은 대면수업 비중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전 국민 70%의 백신 1차 접종을 기점으로 대면수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라고 대학들에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실험·실습 수업과 소규모 강의를 위주로 대면수업을 확대해달라고 했다. 서울대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은 다음달부터 점진적으로 대면수업을 시행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서울의 한 사립대 홍보팀장은 “22학번은 백신을 접종한 채 입학할 테고, 그때쯤이면 2~4학년도 백신 접종률이 올라갈 것이니만큼 (2022년엔) 대면수업의 적극적인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입학식이 열린 2월26일 학교를 찾은 재학생 한 명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사전 녹화한 영상을 보내는 것으로 입학식을 진행해 교정은 한산했다. 김영민 기자

이화여대 입학식이 열린 2월26일 학교를 찾은 재학생 한 명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사전 녹화한 영상을 보내는 것으로 입학식을 진행해 교정은 한산했다. 김영민 기자

대면으로 전환된 뒤에도 일부 영역에서는 비대면 수업 인프라를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대 국문과에 재학 중인 오종태씨(23)는 “수업 자료를 미리 올려 주는 게 가장 좋다”며 “강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프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업에 빠졌을 때 대비책으로 (영상이) 올라오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면 전환에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특히 실습 기회를 폭넓게 열어 줘 직업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코로나19 시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비대면 관련 역량까지 갖춘 인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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