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파에 ‘코로나 학력격차’ 프레임까지…진보교육 ‘균열’

김태훈 기자

보수 약진에 당선인 수 ‘균형’…서울·대구 등선 ‘현직’ 연임 유력

보수 측, 학생인권조례·전교조 등 민감 공약 많아 대결 전선 확대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8년간 이어진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도 균열이 불가피하게 됐다. 혁신교육 등 그간 진보 교육감들이 펼쳐온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대선 연장선에서 치러진 전국단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 역시 보수 우위로 바뀐 정치 지형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보조를 맞출 보수 교육감 지역과 이와 대비되는 진보 교육감 지역 간 격차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오전 1시10분 현재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진보와 보수 성향 후보들이 우세한 지역은 7 대 7로 나타났다. 진보 후보는 서울·광주·울산·세종·충남·전남·전북 등 7곳에서, 보수 후보는 대구·대전·경기·강원·충북·경북·제주 등 7곳에서 앞섰다. 부산·인천·경남 등 3곳에선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진보 교육감이 2014년에 13곳, 2018년 14곳에서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경합지역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진보 교육감 지역은 10곳으로 줄게 된다.

올해 교육감 선거 최대 접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부산에선 현직 교육감인 김석준 후보와 보수 성향 하윤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1위를 다투고 있다. 접전지역 대부분은 현직 교육감이 고전 중인 지역으로, 이번 시·도 교육감 선거의 또 다른 특징인 ‘현직 프리미엄 약화’ 양상이 두드러졌다. 인천에선 현직 교육감인 도성훈 후보가 보수 성향 최계운 후보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경남 역시 현직인 박종훈 후보가 김상권 후보와 접전 중이다.

보수 후보가 현직 진보 교육감을 멀찌감치 따돌린 지역도 눈에 띈다. 제주에선 보수 성향 김광수 후보가 출구조사에 이어 득표율도 1위를 달리며 현직 교육감인 이석문 후보를 앞서고 있다. 충북 역시 윤건영 후보가 현직인 교육감 김병우 후보를 10%포인트 넘게 따돌리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전남에서는 진보 성향인 김대중 후보가 현직 진보 교육감 장석웅 후보를 제치고 득표율 1위이다.

현직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아 무주공산이 된 지역 중 경기와 강원에선 보수 후보가, 광주와 전북에선 진보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지역으로 꼽히던 경기에선 보수 성향 임태희 후보가 진보 성향 성기선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강원에서는 보수 성향인 신경호 후보와 진보 성향 강삼영 후보가 8%포인트 정도 차이로 1·2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대구·대전·울산·세종·충남·경북에선 현직 교육감의 연임이 유력하다. 3선에 도전한 서울 조희연 후보는 보수 성향 박선영 후보를 16%포인트가량 여유있게 앞섰다. 현직 보수 교육감인 대구 강은희, 대전 설동호, 경북 임종식 후보도 개표 초기부터 선두를 지키고 있다. 현직 진보 교육감인 울산 노옥희, 세종 최교진, 충남 김지철 후보도 득표율에서 1위를 달리며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선거가 대선 직후 치러지다 보니 보수 진영에 유리한 환경에 힘입어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약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보수 진영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나타난 학력격차 심화 현상에 진보 교육감들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진보 교육감이 혁신교육으로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받았던 지지에 비해 실제로 만들어낸 결과가 부족하다는 회의감이 팽배했다”고 지적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도 “진보 교육감들이 기초학력 저하에 책임이 있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 프레임이 이번 선거에서 효과를 발휘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보 대 보수 구도가 균형을 맞추면서 지난 8년간 진보 진영 쪽으로 기울어졌던 교육계의 변화 가능성도 감지된다. 특히 보수 후보들 가운데 ‘학생인권조례 폐지’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심판’ 등 휘발성 강한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교육계 안팎에 보수 대 진보의 대결 전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선거 국면이 끝나면 학교 현장에서는 더 이상 보수나 진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교육이 더욱 절실하다”며 “보수 교육감 당선인들은 과거로 회귀하기보다는 미래교육을 고민하고 현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