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방역 완화’ 신호…수도권만 ‘1주 유예’ 효과 의문

김향미·이창준 기자

수도권 코로나 확산 비상

새 거리 두기 주춤 7월1일부터 사적모임 규모와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이 완화된 새로운 거리 두기가 적용되지만 수도권 확진자 증가로 정부는 유행 규모가 더 커지면 거리 두기 단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0일 오후 서울 신촌역 야외 음식점 앞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거리 두기 주춤 7월1일부터 사적모임 규모와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이 완화된 새로운 거리 두기가 적용되지만 수도권 확진자 증가로 정부는 유행 규모가 더 커지면 거리 두기 단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0일 오후 서울 신촌역 야외 음식점 앞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열 올린 ‘개편 홍보’가
시민들엔 ‘방역 끝’ 신호로

방역당국이 새로운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수도권에 대해선 시행을 1주일 유예하는 조치를 내린 것은 수도권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3단계 상향 기준에 근접하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새 거리 두기를 기존대로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규제 완화 조치를 보류하기로 결정하자 오후에 긴급 변경했다. 정부가 새 거리 두기를 짜면서 과도하게 ‘방역 완화’ 신호를 보내 전반적으로 느슨해지는 분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과 함께, 지자체와의 사전 조율 없이 새 거리 두기 시행을 재확인했다가 다시 몇 시간 만에 이를 뒤집으면서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 새 거리 두기 1주 유예

다시 폐쇄 제주시 탑동광장과 테마거리에 30일 진입 방지 그물과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제주시는 탑동광장 일대에서 음주·취식 등 방역수칙 미준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날부터 코로나19 지역감염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탑동광장과 테마거리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다시 폐쇄 제주시 탑동광장과 테마거리에 30일 진입 방지 그물과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제주시는 탑동광장 일대에서 음주·취식 등 방역수칙 미준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날부터 코로나19 지역감염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탑동광장과 테마거리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수도권 연장 놓고
“지역에 풍선효과 등 미봉책”

당국, 오전엔 ‘새 방안’ 고수
지자체서 1주 연기 발표하자
오후 들어 긴급 변경 ‘혼선’
인센티브는 오늘부터 시행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확진자 수(전체의 83%)에 우려하면서도 “새로운 거리 두기 체계는 예정대로 수도권은 2단계로 7월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오후 자치구와의 긴급회의 등을 거쳐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라 1주일간 거리 두기 체계 적용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공유한 경기도, 인천시 등도 같은 판단을 함에 따라 수도권 전체의 거리 두기 재편은 1주 미뤄졌다.

중수본은 “수도권 지자체들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해 1주간의 이행기간을 가져가는 데 동의한다”며 “수도권 지자체들과 함께 수도권의 유행을 안정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수도권 확진자 급증 배경을 두고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새 거리 두기 개편을 알리는 데 몰두하면서 시민들이 ‘방역 완화’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당국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놨기 때문에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종착역에 다다른 것처럼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방역이 완화될 것이라는 발표 자체가 (좀 느슨해져도 무방하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또한 새 거리 두기 세부 내용을 설명하면서 혼선을 빚었다. 지난 5월 백신 접종자 지원방안(인센티브)을 발표할 당시 “접종자는 집회·행사장소가 아닌 실외에서 2m 거리 두기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2m 거리 두기나 실외 장소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델타 변이 변수, 재확산 기로

수도권 확산세를 가라앉히는 게 당국의 우선과제다. 거리 두기 시행 직전 유예 조치가 나온 만큼 당장 1일 방역수칙 내용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델타 변이 등은 향후 확산세를 가늠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확산세 중심에는 경기 원어민 어학원 관련 및 마포구 식당 관련 집단감염 사례가 있다. 방역당국은 어학원 관련 집단감염에서 델타 변이를 확인했는데, 어학원발 감염이 마포구 식당 관련 감염과도 연관돼 있어 당국이 조사 중이다. 마포구 식당 등에선 방역수칙 준수가 불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은 1일부터 새로운 거리 두기 1단계를 적용한다. 또 예방접종 완료자 대상 인센티브는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접종 완료자의 경우 사적모임이나 모임·행사 인원제한 기준에서도 빠진다.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개인 방역수칙 준수 등이 더욱 중요해졌다.

당국은 백신 접종률, 의료대응 여건 등을 고려해 이번 ‘거리 두기 완화’를 결정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뿐만 아니라 알파 변이를 포함하면 변이가 40%에 달하는데, 적지 않은 비율”이라며 “60대 미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 만성질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만 1주간 막는다고 하는데 (비수도권 지역 등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미봉책”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오르기 전 거리 두기를 완화로 방향 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1주일 시간을 벌었으니 그 기간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새 거리 두기 적용 시점 등을 다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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