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단감염 사례 살펴보니···방역수칙 위반이 확산 키웠다

노도현·최승현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8일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8일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밀폐된 냉장실에서 마스크 벗고 대화하고, 출입자 명부는 부실 관리하고, 증상 있는데도 계속 근무하고…’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를 보면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방역수칙이 현장에선 사실상 무용지물된 경우가 많다. 4차 유행이 얼마나 크고 길게 이어지느냐 여부는 개개인의 철저한 방역에 달려있다. 다시 한번 ‘멈춤’이 필요한 때다.

8일 오후 6시 기준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관련 확진자는 80명에 달한다. 지난 4일 지하 1층 식품관 직원 2명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빠르게 불어났다. 직원들이 지하 1층 공간에서 오랜시간 같이 일하면서 탈의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한 것이 전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직원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검사를 받지 않고 근무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열흘간 백화점을 찾은 방문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날씨가 더워지니 지하 1층에서 근무하는 여러 직원들이 식품창고 안에 있는 냉장실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며 “마스크도 쓰지 않고 대화를 하고 일부는 간식도 먹으면서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부터 부산의 클럽·유흥주점을 중심으로 번진 연쇄감염 확진자는 15개 업소에서 최소 85명으로 늘어났다. 휴가철을 맞아 부산 유흥업소를 찾은 서울 등 타지역 주민들도 줄줄이 엮여있다. 관련 접촉자만 3000여명에 달한다. 일부 업소 출입자 명단이 부정확한 탓에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주로 20∼30대로, 유흥업소 외에도 다양한 동선이 확인돼 역학조사가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1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전남 여수 사우나에서는 하루 2번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용자들이 내부에서 음식물까지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 정기권을 끊은 이용자들의 출입명부 기록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전남도는 이 사우나를 고발할 방침이다. 이날부터 다중이용시설 운영자가 방역수칙을 한 번이라도 어기면 곧바로 10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도 시행됐다.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 방역의 핵심은 ‘환기’다. 방역당국은 다중이용시설의 창문과 출입문을 항상 열어둘 것을 권고한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도 가능한 한 문을 열어두거나, 최소 2시간에 15분 이상 환기를 해야 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비말에 의한 확산이 빠른데 집단감염 시설의 공통적인 위험요인은 환기가 충분히 되지 않는 것“이라며 “일부 주점 등에서는 노래까지 부르는데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작은 모임을 고리로 한 집단감염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2주간 감염경로를 보면 선행 확진자 접촉 비율(44.4%)이 집단발생(19.2%) 비율보다 높다. 강원 태백에서는 중학생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최소 9명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최초 확진자 A군이 최근 친구 4명과 함께 인근 지역 리조트에 머무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작은 접촉에 의한 감염이 확산되는 건 위험한 신호”라며 “어디를 타게팅해서 감염을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 사회 전반적으로 접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금의 유행을 빠르게 꺾고 사회 전체적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국민의 단합된 멈춤이 간절히 필요하다”며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청·장년층은 8월 백신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좀 더 개인방역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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