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마스크·길어지는 대기…‘체감온도 31도’ 선별진료소 안팎의 사람들

오경민·김혜리·강은·한수빈 기자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275명 늘어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권도현 기자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275명 늘어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권도현 기자

체감온도가 31도를 웃돈 8일 오후. 서울 시내 선별진료소 앞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기다리는 인파로 붐볐다. 서울지역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500명을 넘어서면서 주변에 확진자가 발생한 이들이 너도나도 진료소를 찾은 탓이다. 관악구 신림체육센터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일하는 보건소 직원 박종호씨(47)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하루 300~450명 정도 검사했는데, 어제는 1200명 정도가 오셨다”며 “평상시보다 2~3배 정도 많이 찾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게 늘어선 대기줄 때문에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마스크는 땀에 젖었다. 따가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양산이나 우산을 쓰고 줄을 선 사람도 보였다. 몇몇 선별진료소 앞에는 시민들이 그늘로 몰리면서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길게는 3~4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도 ‘오늘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대기줄을 지켰다. 관악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이모씨(47)는 “어제 줄이 너무 길어서 못 받았는데, 오늘은 조금 오래 기다려도 검사를 받아야겠다”며 “미리 검사를 받아서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의 동급생이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진료소를 찾게 됐다는 이주연씨(46)는 “1시간째 기다리는 중이지만 하루이틀 만에 확진자가 급증한 것이라 이해한다”며 “사람이 하는 건데 갑자기 진료소를 확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서울 관악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김혜리 기자.

8일 서울 관악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김혜리 기자.

주변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에 선별진료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강동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A씨(27)는 “딱히 확진자 접촉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머니가 나이도 많고 아프셔서 혹시나 해서 검사를 하러 왔다”며 “요즘 20~30대 확진자들도 많다고 하는데 내가 걸렸다가 어머니에게 옮길까봐 걱정도 되고, 요즘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너무 심상치 않아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관악구 신림체육센터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박미희씨(38)는 “TV에서 하도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이 넘었다’거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고 떠들어대니 불안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8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혜리 기자.

8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혜리 기자.

의료진들은 제대로 된 냉방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컨테이너 박스와 천막에서 땀에 흥건히 젖어 업무를 이어갔다. 강동구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의료진 B씨는 “어제 검사받은 사람이 총 1700명이었고,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검사를 돕기 위해 나온 직원들도 대기 중인 시민들의 간격이 좁아지면 “조금 더 떨어져달라”, “1m 간격을 유지해달라”고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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