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4차대유행

"거리두기는 시간벌기…2주간 백신·검사 등 방역 역량 확보해야"

이창준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함에 따라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되는 가운데 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함에 따라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되는 가운데 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4차 유행의 초입 단계라고 규정한 지 이틀 만인 9일 수도권에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적용키로 한 것은 현 단계에서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하루 확진자가 2000명대에 이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 상으로는 4단계 상향 기준에 미달되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이미 1300명대까지 불어난 만큼 단계 기준을 뛰어넘어 그 이상으로 유행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 것이다.

거리두기 조치는 백신 접종이나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지금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전문가들은 강한 거리두기 조치가 “일부 확산 완화에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만으로는 유행 차단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고 단계’ 배수진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4단계를 적용하는) 2주간에 정부와 국민들이 힘을 합쳐 충분히 확산세를 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4단계는 현 거리두기 체계 내에서 정부가 적용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다. 이렇게 하고도 유행을 꺾지 못하면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전면 봉쇄(셧다운) 말고는 사실상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강수’를 둔 만큼 일정 수준의 유행 차단 효과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일주일이나 열흘 사이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에는 원칙대로 격상한 것이고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기존 500명대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지만 2000명이 넘는 최악의 상황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1200~1300명의 현 상태를 유지하는 걸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피로도로 수용성이 많이 떨어져 있어 전망이 밝지는 않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들의 순응성이 많이 낮아져 있는데다 개편안 자체가 백신 접종이 충분히 진행된 이후를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4차 대유행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백신 접종 앞당겨야

전문가들은 2주간의 4단계 적용은 사실상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거리두기 조치는 일시적으로 확산을 누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유행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동반하는 4단계 조치는 길게 지속하기 힘든 만큼 백신 접종이나 선제 검사, 확진자 추적 등 거의 한계치에 이른 방역 역량을 향후 2주 안에 충분히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정기석 교수는 “거리두기만 한다고 바이러스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백신을 어떻게든 더 빨리 구해와야 하고 역학 조사 및 확진자 검사 인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도 “무엇보다 백신 접종을 더 빨리 당길 수 있는 방법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선제검사를 적극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처럼 민간 의료기관을 검사기관으로 지정해 임시 진단센터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 기준을 강화해 변이바이러스의 해외 유입을 정확하게 차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확산 막아야

현재까진 신규 확진자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점차 유행이 비수도권으로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특히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는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되면 전파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부산과 대전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상향했으며 춘천시는 3단계로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제주에서도 현재 1단계인 거리두기를 12일부터 2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정기석 교수는 “1단계를 적용 중인 천안 같은 곳은 수도권에서 전철로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며 “휴대폰 GPS나 지하철 이동 정보 등을 통해 지방 이동량을 확인해 특정 지역으로의 이동량이 과하게 증가할 경우 그 지역의 (거리두기) 단계도 함께 상향하는 식으로 이동 유인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3차 유행 때 시행했던 것처럼 KTX의 예매 좌석 수를 제한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 간의 이동을 물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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