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후퇴 우려만 키운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메시지’

허남설 기자

5대 개혁 청사진 실종, 공적연금개혁위 출범·성격도 미정

되레 사적연금 인센티브·노령층 기초연금 인상안만 부각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5대 구조개혁’ 과제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들었지만, 여전히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사적연금 인센티브’는 상세하게 제시되면서 공적연금 후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는 당초 대선 공약에 반영됐던 ‘대통령 직속’ 조건이 빠진 채 되풀이되고 있고, 그마저도 출범 시기와 구성 등 밑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새 정부가 제시한 연금개혁 일정은 ‘내년 3월 재정추계 완료, 하반기 내 국민연금 개편안 도출’이다. 하지만 이는 관련 법 규정을 읊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지 못하다. 국민연금법이 5년마다 재정추계를 실시하고 운영계획을 다시 수립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2057년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고 봤던 2018년의 추계를 다시 산정할 시기가 내년으로 다가온 것뿐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19일 통화에서 “재정추계는 앞서 이미 방법과 변수가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치만 업데이트(갱신)하면 된다”며 “경제정책방향은 새 정부가 나름의 재량을 갖고 자신들의 내용을 써야 하는 것인데, 이런 형식적인 절차를 이유로 연금개혁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란 의구심을 충분히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뚜렷하게 제시한 것은 연금개혁의 동력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공적연금 근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금저축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를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퇴직연금을 포함한 경우엔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높이는 안을 밝혔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사실상 공적연금은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겠다는 개악”이라고 했다.

연금개혁 청사진 없이 자꾸 노령층 기초연금 인상안만 나오는 점도 논쟁적이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은 세금을 재원으로 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노인빈곤 해소를 명분 삼아 인상을 거듭했다.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반면 10년 이상 보험료 납부가 필요한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 우려로 보험료 인상과 지급액 하향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 납부 의무가 없는 기초연금이 인상된다면 상당수의 노령층은 국민연금 가입을 유지할 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초연금 확대와 국민연금 축소는 중산층의 사회적 위험을 공공복지가 상당 부분 해결해주는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 전망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연금개혁 주축으로 삼겠다는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성격도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엔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인수위 단계부터 이미 위상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상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7일 발표한 논평에서 “큰 틀의 개혁방향을 설계하고 (기초연금·국민연금 등) 공적·사적 연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안정적인 개혁이 가능하다”며 “위상과 역할이 불분명해 실효성도 의문인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운영으로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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