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삭제’ 입건 용산서 계장 사망

강연주 기자

특수본 이태원 참사 조사 앞두고

전 정보계장, 집서 숨진 채 발견

특감팀은 “감찰 대상 아니었다”

‘일선에 책임 돌리는 수사’ 비판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전 작성된 정보보고서를 참사 후 삭제한 혐의로 입건된 전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계장 A씨가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특별감찰팀(특감팀)은 한목소리로 “A씨를 상대로 소환을 통보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참사 책임을 일선 경찰관들에게 돌리는 듯한 수사가 낳은 비극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A씨가 이날 낮 12시45분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특수본은 참사 후 핼러윈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사무실 PC에서 삭제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로 당시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 A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었다.

특수본은 A씨가 정보보고서 파일 삭제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나 회유·강압 등을 행사했는지에 혐의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을 참고인으로 부른 뒤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다른 정보관도 불러 삭제 경위 등을 살펴봤다.

그러나 특수본과 특감팀은 A씨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아직 A씨를 상대로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본인한테 언제 출석하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용산서 정보관들을 대상으로만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특감팀 관계자도 ‘용산서 정보계장이 감찰 대상이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참사의 주된 책임이 경찰로 집중되는 기류에다 용산서 현직 경찰관의 사망까지 발생하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정부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다든지 하는 정보를 경찰, 일선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했는데, 이후 특수본과 특감팀이 용산서 정보과를 겨냥한 조사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대책 전반에 대한 조사 등 본질적인 부분은 회피한 채 지엽적인 가십거리만 수사 또는 감찰 대상에 올려놓은 상황이 낳은 참극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관 B씨는 “우리 수뇌부는 왜 제대로 말을 못하냐. 대통령 경호 경비에 치중하느라 이태원 지역 축제에 신경을 잘 쓰지 못했다고. 그리고 안전사고 책임자는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이라고…”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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