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최씨, 범행 전날에도 흉기 들고 현장 갔다

박준철·김태희 기자

경찰에 “특정 집단이 스토킹·살해 위협” 진술…‘피해망상’ 추정
2020년 ‘조현성인격장애’ 진단받았지만 정신과 진료는 안 받아
계획범죄 가능성도 배제 못해…피해자 14명 중 2명 위독한 상태

경찰이 자동차로 보행자를 친 뒤 백화점에서 흉기를 휘두른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피의자 최모씨(22)에 대해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씨는 지난 3일 범행에 앞서 하루 전날인 2일에도 서현역에 흉기를 들고 가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다쳤으며 이 중 2명은 뇌사 가능성 등 위독한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살인미수 혐의로 최씨에 대해 4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에게 살인미수 이외에 추가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59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자신의 어머니 소유 ‘모닝’ 차량을 끌고 나와 백화점 앞으로 돌진해 보행자 5명을 들이받았다.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쇼핑객 9명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경찰에서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나의 사생활도 전부 보고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씨가 2015~2020년 2개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약을 처방받았고, 2020년 조현성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는 최근 3년간 정신과 진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최씨가 자신을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 범행 하루 전인 지난 2일 밤 대형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 2개를 구입한 뒤 서현역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지르려 했으나, 무서워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다음날인 3일 자신을 스토킹하는 집단 구성원 다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서현역에 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씨가 정신질환을 진단받았지만 마트에서 흉기 2개를 미리 샀고, 범행 당시 얼굴을 가려 신원을 숨기려 한 점, 현장에서 벗어나면서 흉기를 인근 화단에 버린 점 등을 고려하면 계획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최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2개와 컴퓨터 1개를 압수해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최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지와 검색 이력 등도 확인하고 있다.

최씨에 의해 다친 14명 중 12명은 중상이고, 2명은 경상이다. 중상자 중 2명은 뇌사 가능성 등 위독하다.

차 사고 피해자인 20대 여성 A씨는 의식저하 상태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다. 60대 여성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분당차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있다.

경찰은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내용의 ‘살인예고’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게시되자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6일 밤 12시까지를 비상근무 발령 기간으로 정했다. 또 살인예고 장소로 지목된 오리역과 서현역은 물론 인근 야탑역과 정자역에도 경찰특공대와 기동대를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역사 주변에 배치된 경찰들은 대테러 진압장비와 권총·테이저건 등 무기를 휴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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