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강하게…한반도 때렸다

전국종합 | 김기범·백경열·김현수·이삭 기자

태풍 ‘카눈’, ‘중’급 강도로 북진하며 강풍·물폭탄…곳곳서 피해 속출…최장 33시간 머물다 소멸

<b>차량 위로 떨어진 지붕</b> 제6호 태풍 카눈이 상륙한 10일 울산 남구 삼산가구거리의 한 건물 지붕이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들 위로 떨어져 있다. 이날 울산에서는 태화강국가정원이 물에 잠기고 동구 방어진 미포조선 앞 도로에 5t 무게의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차량 위로 떨어진 지붕 제6호 태풍 카눈이 상륙한 10일 울산 남구 삼산가구거리의 한 건물 지붕이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들 위로 떨어져 있다. 이날 울산에서는 태화강국가정원이 물에 잠기고 동구 방어진 미포조선 앞 도로에 5t 무게의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에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기상청은 10일 오전 9시20분쯤 경남 거제에 상륙한 카눈이 경상 서부, 충북, 경기 동부를 지나 북한으로 이동했다고 이날 밝혔다. 오후 6시 기준 카눈은 충주 북북동쪽 약 10㎞ 육상에서 강도 ‘중’ 상태로 북진했으며, 중심기압은 98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시속 79㎞(초속 22m) 정도였다.

거제 상륙 후부터 북한 신의주에서 소멸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까지 카눈이 한반도에 머문 시간은 약 33시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카눈은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가장 길게 내륙에서 이동하다 소멸한 태풍이 된다. 2002년 8월 큰 피해를 끼친 태풍 루사는 전남 고흥에 상륙해 21시간 만에 동해안으로 빠져나간 바 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중부지방에 시간당 10~30㎜의 강한 비가 내렸으며, 특히 강원 영동 북부를 중심으로 매우 강한 비가 쏟아졌다. 해안가와 내륙의 고지대(관악산, 원효봉 등)를 중심으로 최대순간풍속 시속 70㎞(초속 20m) 안팎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지난 9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주요 지점의 누적 강수량은 속초 396.8㎜, 궁촌(삼척) 387.0㎜, 양산상북 350.0㎜, 강릉 345.6㎜, 북창원 338.6㎜, 삼동(울산) 304.5㎜ 등이다. 최대순간풍속은 가덕도(부산) 126㎞(초속 34.9m), 계룡산(계룡) 117㎞(초속 32.6m), 향로봉(고성) 112㎞(초속 31.0m), 관악(과천) 99㎞(초속 27.4m) 등이다.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태풍으로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1시10분쯤 대구 군위군 효령면 남천에서 67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오후 1시45분쯤에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60대 장애인이 도랑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전남 곡성에서는 오전 8시46분쯤 헛간이 무너지자 물건 등을 빼내려다 넘어진 주민 1명이 팔을 다쳤다. 충남 부여군 임천면 도로에서도 나무가 쓰러지면서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30대가 나무에 맞아 다쳤다.

가로수·간판 쓰러지고 차량 고립…천연기념물도 ‘수난’

고흥·여수 등 강풍에 농경지 피해…수도권에선 지붕 날아가
구미 ‘반송’ 일부 쓰러지고 속리산 ‘정이품송’ 가지 부러져
1만3000여명 대피…항공편 무더기 결항·여객선 운항 중단

울산 동구 방어진순환로 아산로 방면에서는 10일 오전 4시40분쯤 가로 3m, 세로 4m 크기의 바위가 인근 산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문현삼거리~예전IC 구간 도로가 통제됐다. 동구는 기계장비를 동원해 바위를 깬 뒤 도로 밖으로 옮기고, 추가 피해 발생에 대비해 현장에 굴착기를 대기시켰다.

부산과 경남 등지에서도 가로수가 넘어져 정전이 발생하고 공동주택 외벽 타일이 떨어지는 등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b>토사 덮친 창원</b>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한 10일 오전 9시33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국도 5호선 쌀재터널 내서읍 방향 3㎞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도로에 쏟아져 있다. 산사태로 양방향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창원소방본부 제공

토사 덮친 창원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한 10일 오전 9시33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국도 5호선 쌀재터널 내서읍 방향 3㎞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도로에 쏟아져 있다. 산사태로 양방향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창원소방본부 제공

오전 8시5분쯤에는 경남 창원에서 갑자기 솟구쳐 오른 맨홀 뚜껑이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버스 안으로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버스에는 기사와 승객 등 6명이 타고 있었지만 맨홀 뚜껑이 버스 중앙 부분을 뚫고 올라와 다친 사람은 없었다. 경주 현곡면에서도 차량 1대가 물에 잠겨 운전자가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

수도권에서도 태풍 피해가 잇따랐다. 오후 1시10분쯤 경기 동두천시 상패동에 위치한 한 교회의 철탑이 강풍에 쓰러져 주택 지붕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 등이 철탑을 제거했다. 오후 4시쯤에는 포천시 동교동 공장에서 지붕으로 사용하는 조립식 패널이 강풍에 날아가기도 했다.

인천에서는 오후 5시22분쯤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건물 외벽 일부가 떨어져 소방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안전조치에 나섰다. 부평구 십정동 빌라 지하가 침수되고 부개동에서는 도로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농경지에서는 벼들이 쓰러지는 피해가 잇따랐다. 전남 고흥에서 185㏊ 벼가 쓰러졌고, 여수 화양면과 광양 진월면에서도 각각 1㏊ 벼 쓰러짐 신고가 있었다.

<b>물에 잠긴 군위</b> 10일 태풍 ‘카눈’이 몰고 온 폭우로 인해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를 지나는 남천 제방이 유실돼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자 소방 구조대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보트를 타고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에 잠긴 군위 10일 태풍 ‘카눈’이 몰고 온 폭우로 인해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를 지나는 남천 제방이 유실돼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자 소방 구조대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보트를 타고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연기념물도 수난을 당했다. 강한 바람에 경북 구미 선산읍 독송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357호 ‘반송’ 일부가 쓰러졌다. 이 반송의 수령은 약 400년으로 추정된다. 높이 13.1m, 둘레 4.05m로 한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반송 중 하나다.

천연기념물 103호인 속리산 정이품송의 가지도 부러졌다. 부러진 가지는 정이품송의 북쪽 방향, 중간 높이의 지름 15~20㎝쯤 되는 가지 2개로 오후 1시30분쯤 순찰하던 공무원들이 발견했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은 이틀째 큰 차질을 빚었다.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230여편이 결항됐다. 제주공항은 전날인 9일에도 태풍의 영향으로 166편이 결항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16개 시·도 108개 시·군·구에서 1만59가구 1만3605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다고 밝혔다. 도로 620곳과 둔치 주차장 284곳, 하천변 598곳, 해안가 198곳, 국립공원 21곳의 611개 탐방로 등의 진입이 통제됐다. 전국 14개 공항에서 355개의 항공편(국내선 279, 국제선 76)이 결항됐고, 여객선 102개 항로 154척, 도선 76개 항로 92척 운항이 중지됐다.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각지 상황을 공유하며 태풍에 대비하기도 했다. 트위터에는 ‘부산 상황’이라는 글과 함께 강풍과 폭우가 도심에 불어닥친 영상 등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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