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농성장에 가다
“간절히 바랍니다. 이 농성이 마지막이기를….”
굴뚝농성 100일째인 22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해고노동자 농성장이 있는 공장 밖 철조망 담벼락에는 ‘희망 자물쇠’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어림잡아도 수천개는 족히 돼 보였다. 자물쇠에는 ‘힘내세요’ ‘LOVE’ ‘이긴다’ ‘전원 복직’ 등 다양한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한 해고자는 “쌍용차 희생자 26명을 상징하는 이 자물쇠는 2만6000개가 될 때까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농성장에 들어서자 ‘공장으로 돌아가자’고 써붙인 점퍼를 입은 한 해고자가 망원경으로 공장 안에 있는 굴뚝을 보고 있었다. 그는 “굴뚝에서 홀로 농성 중인 동료(이창근 정책기획실장)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급히 연락할 일에 대비해 공장 밖에서 지원 농성 중인 해고자들과 돌아가며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자들은 “회사는 언제까지 티볼리(쌍용차 신차) 핑계만 대고 있을 거냐”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회사 측이 지난 1월21일 65개월 만에 노사 교섭에 합의한 뒤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복직 등 주요 의제는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회사 측은 아직도 ‘선 티볼리 판매, 후 복직’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최근 영업직 300명을 채용하면서 정작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김대용 쌍용차지부 회계감사는 “티볼리는 이미 대박났다. 티볼리가 많이 팔리면 해고자를 복직시킨다는 회사 쪽 얘기는 이미 한물갔다”면서 “이제 회사는 언제 어떻게 복직시킬지에 대해 분명하게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농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회사 측은 정리해고로 동료와 가족 26명을 잃어야 했고, 또 길거리에서 시위와 농성을 벌이며 7년을 보낸 우리의 입장을 깊이 인식하고 전향적인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