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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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두드릴 것인가
친구는 7년이나 젊어 있었다. 사진 속에서 웃고 걷고 있었다. 지난 주말 양산 하늘공원에 갔다. 올해는 여름이 일찍 시작된 터라 7년 전보다 아카시아 꽃들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모내기가 한창이었고 트랙터를 곳곳에서 마주했다. 노동운동가 변우백 7주기 자리. 두산중공업 사내 하청에서 비정규직 활동과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노력한 20대부터 알고 지냈던 벗이자 동지였던 사람이다. 지게차 운행 시 신호수는 법적 의무였지만 없었다. 신호수가 서야 할 그 자리에서 후진하는 지게차에 친구는 온몸이 깔려 30m나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는 2008년 5월16일. 그 이후 7년이 지났다. 원청인 두산중공업에선 사고 당일 사내 체육대회가 한창이었고 주검은 그저 하얀 천으로만 덮였다.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중공업엔 사고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게차 신호수가 지금은 있을까. 하청과 원청은 아직도 상명하복 관계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석 달이 지나고서야 죽음을 알게...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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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박근혜 대통령이 4월16일을 중남미 4개국 순방 출국일로 삼은 행동은 비상식적이다.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은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꼬박 1년을 세월호 참사 해결을 바랐던 이들에게 좌절과 낙담을 주기 위한 교묘한 정치와 통치 행위였다. 지겹도록 뻔뻔하고 기가 찰 만큼 대책 없는 정권이다.4월16일, 침묵에 가까운 분노는 말의 힘을 뺏는 대신 무겁게 달궈졌다. 신의 한 수란 체념의 말들이 침묵을 비집고 뱉어지고 흩어져 웅웅거렸다. 반복되는 습관적 체념. 이 모든 정황을 계산 속에 밀어넣고 노골적으로 국내와 국외로 물리적 거리를 벌리고, 사건에서 떨어져 멀어지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결단이었다. 이것이 첫 번째 ‘체념의 미끼’다. 물어선 안된다. 물었다면 뱉어야 하고 보인다면 피해야 한다. 미끼로 던져진 ‘체념’을 무는 순간 박근혜 정권의 낚싯대에 끌어올려지는 일만 남게 된다. 물고기마냥 한두 번 펄떡거리고 아가미질 몇 번 하면 생명을 다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첫 번째 ...
20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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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의 육하원칙
“했다.” “그랬다.” 어떤 책 한 쪽을 읽고 난 후 아들 주강이 기억에 남은 단어였다. 기억에 남는 말이 더 없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제서야 책 제목을 물어보니 <부러진 화살>이었다. 아무 책 한 쪽만 큰소리로 또박또박 읽은 후 다음날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글귀를 말해달라고 주강이에게 얼마 전 부탁했다. 주강이는 아빠 부탁을 들어주면서도 두꺼운 책은 부담이었는지 최대한 얇고 가벼운 책을 골라 한 쪽을 읽는다. 김명호 교수의 고단한 법정 투쟁기이자 사법부의 고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부러진 화살>. 영화로 더 유명해진 책 <부러진 화살>은 ‘했다’와 ‘그랬다’로 설명될 수 있다. 쌍용차 굴뚝에 올라 101일을 지내면서 쌍용차나 노동과 사회문제로 관심을 넓혀 해결책을 생각하며 몸에 밴 습관 중 하나는 ‘육하원칙’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영어 단어 머리글자를 따 ‘5W1H’라고도 한다.습관이...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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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농성’ 이창근씨 101일 만에 내려와… 경찰, 즉시 체포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평택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실장이 굴뚝에 오른 지 101일 만인 23일 땅을 밟았다. 이 전 실장은 이날 오후 1시쯤 70m 높이 굴뚝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이 전 실장은 내려오기 전 취재진과 10여분간 화상 통화를 가졌다. 그는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더 이상의 농성은 의미가 없다”면서 “임원진과 사측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계속 굴뚝에 있는 것은 불신을 더 키울 우려가 있다”고 농성 중단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시는 노동자들이 이런 곳에 올라오질 않길 바란다. 너무 고통스럽고 외롭다”고 덧붙였다.경찰은 이 전 실장이 땅으로 내려오자 곧바로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실장의 건강 상태를 보고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검찰과 협의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
3월23일 ‘쌍용차’ 고공농성 해제 “100일 치성은 곰을 사람으로도 만들었는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23일 쌍용차 이창근 실장이 고공농성 101일만에 굴뚝에서 내려왔습니다. 이 실장은 굴뚝에서 내려오기 직전 취재진에게 “너무 고통스럽고 외로웠다”라고 했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굴뚝농성 100일. 100일 치성은 곰을 사람으로도 만들었는데…얼마나 더 해야 복직하려나”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 사진기자들이 ‘오늘’ 한국의 사건사고·이슈 현장을 포착한 보도사진 [경향이 찍은 오늘]3월23일입니다.■“세월호 특조위 내부자료 유출”세월호 실무지원단 공무원이 내부자료를 청와대와 새누리당, 경찰 등에 이메일로 보냈다고 합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은 23일 “정부 여당이 특별조사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석태 위원장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
쌍차 노조 101일만에 고공농성 해제 “너무 고통스럽고 외롭다”
정리 해고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에 올랐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23일 101일만에 고공농성을 해제했다.이 실장은 농성 해제에 앞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SNS) 페이스북에 “굴뚝에 올랐던 마음처럼 최종식 사장님과 중역 그리고 사무관리직, 현장직 옛 동료만 믿고 내려간다”는 글을 올려 고공농성 해제를 예고했다. 이 실장은 이날 굴뚝에서 내려오기 전 취재진과 영상통화를 통해 “노사가 현재 성실히 교섭을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굴뚝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굴뚝에 내려가야 교섭이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시는 노동자들이 이런 곳에 올라오질 않길 바란다. 너무 고통스럽고 외롭다”고 말했다.쌍용차 해고자 등 20여명은 이날 쌍용차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실장의 결단에 대해 이제는 회사가 화답할 차례”라며 사측의 해고자 복직 등을 촉구했다... -
쌍용차 ‘굴뚝농성’, 101일만에 해제하기로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평택공장 70m 높이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여온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23일 굴뚝에서 내려온다. 농성 101일 만이다.이 실장은 농성 100일째를 맞는 22일 오후 7시24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장문의 글을 올려 농성 해제 소식을 전했다.이 실장은 “101일째 되는 내일(3월23일) 오전 10시30분 땅을 밟겠습니다. 굴뚝에 올랐던 마음처럼 최종식 사장님과 중역 그리고 사무관리직, 현장직 옛 동료만 믿고 내려갑니다”라고 적었다.이어 “100일 동안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교섭은 잘 진행 중이고 그 가운데 제가 굴뚝에 올라 있는 것이 자칫 교섭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어서 90일쯤부터 내려갈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여건이 계속 엉켰다”라고 밝혔다.이 실장은 또 “지키지 못한 26명의 옛 동료와 복직의 노력과 투쟁...
201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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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문제, 노동자도 자본·경영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 있어”
21일 오후 4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 70m 높이 굴뚝 위에서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손을 크게 흔들었다. 경기도 전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이 실장 움직임은 또렷하게 보였다. 그의 손짓은 22일로 100일째를 맞는 굴뚝농성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평택공장에 막 도착한 홍세화 장발장은행 공동대표를 향하고 있었다.홍 대표가 화답으로 보내는 손짓에는 반가움과 걱정스러움이 포개져 있었다. 홍 대표는 이 실장의 ‘글 스승’이다. 현장 활동가였던 이 실장이 몇해 전부터 외부에 발표하는 글을 보며 간결한 문체가 되게 조언해준 사람이 홍 대표였다. 이 실장은 고공에서 하루하루 하고 있는 고민부터 회사를 보는 심경 변화까지 홍 대표에게 담담하게 풀어냈다. 두 사람 간 대화는 아이패드 영상통화를 통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처음엔 내가 약하구나 생각… 모순투성이 세상에 화도 나80일 지나자 차분해졌다수출·환경 고민... -
철조망에 희생자 애도 수천개 ‘희망자물쇠’… “티볼리 대박, 사측 복직 계획 밝혀야”
“간절히 바랍니다. 이 농성이 마지막이기를….”굴뚝농성 100일째인 22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해고노동자 농성장이 있는 공장 밖 철조망 담벼락에는 ‘희망 자물쇠’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어림잡아도 수천개는 족히 돼 보였다. 자물쇠에는 ‘힘내세요’ ‘LOVE’ ‘이긴다’ ‘전원 복직’ 등 다양한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한 해고자는 “쌍용차 희생자 26명을 상징하는 이 자물쇠는 2만6000개가 될 때까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농성장에 들어서자 ‘공장으로 돌아가자’고 써붙인 점퍼를 입은 한 해고자가 망원경으로 공장 안에 있는 굴뚝을 보고 있었다. 그는 “굴뚝에서 홀로 농성 중인 동료(이창근 정책기획실장)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급히 연락할 일에 대비해 공장 밖에서 지원 농성 중인 해고자들과 돌아가며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해고자들은 “회사는 언제까지 티볼리(쌍용차 신차) 핑계만 대고 있을 거냐”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회사 측이 지난 1월21...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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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그들은 왜 일어서지 못했나
멈추지 않았다. 말이 먹히지 않았고 손에 쥔 쇠파이프는 더 이상 그들에게 무기로 보이지 않았다. 어떤 큰 흐름이 몰려드는 기분이었다. 펜스는 이곳저곳에서 쓰러져 넘어갔고 정리해고를 막겠다고 차려진 공장 안 천막들은 그들의 머리 위로 잠시 떴다 그들 속으로 사라졌다. 크게 다쳐 구급차에 실려 나가도 그들은 믿지 못했고 결국 차에서 환자를 꺼내 확인했고 둘러싸 이곳저곳 몸을 건드렸고 이리저리 밀쳤다. 도장 공장 위에서 그 장면을 봤지만 때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저 둘러싸고 뭔가 계속 따지고 화내고 협박을 했다. 쌍용차 파업 한 달이 조금 지난 2009년 6월27일의 사건이었다. 쌍용차는 2009년 1월9일 오전 11시 법정관리가 공시됐다. 그 뒤 많은 일들이 있은 후 쌍용차 노동조합은 공장 점거 파업에 들어갔다. 5월22일이었다. 초반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해고 규모가 너무나 컸던 탓도 있겠지만 2008년 촛불에 데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