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지 못한 최저임금 ‘1만원’ 벽…고물가 속 노동자 불만 커진다

이혜리·유선희 기자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결정

인상률 5%, 역대 정부보다 낮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하면서 이번에도 ‘1만원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고물가 상황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 유지에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임위는 지난 29일 밤 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 월 209시간 노동 기준 201만58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9160원)과 비교해 5.0%(460원, 월 기준 9만6140원) 오르는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는 109만3000~343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인상률 5.0%는 올해 최저임금 결정 때의 인상률 5.1%와 대동소이하다.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 추이를 보면,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을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인상한 이후 반발 여론이 일자 2020년도와 2021년도 임금인상률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렸던 때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역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과 비교해봐도 김대중 정부 9.0%, 노무현 정부 10.6%, 이명박 정부 5.2%, 박근혜 정부 7.4%, 문재인 정부 7.2%로 이번 5.0% 인상률은 낮은 수준에 속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출마 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낸 바 있다.

최임위는 기획재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이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을 합친 뒤 취업자 증가율을 빼는 방식으로 인상률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최임위는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을 4.5%로 적용했다. 지난해에는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1.8%로 올해보다 낮았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0%에서 2.7%, 취업자 증가율이 0.7%에서 2.2%로 바뀌면서 인상률 계산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공익위원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용한 방식이다.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게 공익위원들의 취지인데 과연 이 같은 방식이 유동적인 경제상황에 얼마나 유효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노동자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관점이 반영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8월 물가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는 등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3.1%에서 4.5%로 대폭 올려 잡은 지 한 달 만인 지난 21일 또다시 4.7%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중국의 코로나 봉쇄조치에 따른 공급 문제로 물가가 인상되고 실물경제나 생계에 영향이 미치는 점을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고려했다”며 “여러 가지 경제적 변수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계산식으로 수렴된다고 본다”고 했다.

■최임위, 업종별 차등 적용 ‘불씨’도 남겨

노동계는 5.0% 인상률은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임금 삭감에 해당한다며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돼 실제 노동자 임금이 인상되는 효과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최저임금법이 최저임금 결정 때 노동자의 생계비를 고려하라고 규정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2인 이상 가구 형태의 생계비가 고려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절대적인 수준이 저임금 노동자의 빈곤 문제를 해결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는지 돌아보고 가구 생계비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전년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인상률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임위는 생계비 실태조사를 하는데,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지난해 확인된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 월 기준 220만원에 못 미친다.

이번 최임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의 불씨도 남겼다. 공익위원이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해 2024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 시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언급하면서 쟁점으로 부각됐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시행된 게 한 번밖에 없는 데다, 저임금 업종의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낙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은 “연구용역 권고를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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