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진심’인 민주노총 집행부가 잊지 말아야 할 ‘기본’

김지환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3일 진보당(왼쪽)과 노동당을 잇달아 방문했다. 민주노총 제공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3일 진보당(왼쪽)과 노동당을 잇달아 방문했다. 민주노총 제공

국민 10명 중 8명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지난해 2월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 하지만 노조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노조에 대한 사회적 지지로 이어지진 않는다.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10명 중 1명(1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성 노조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와 무관하게 시민들은 노조가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고 여긴다. 양대노총으로선 항변하고 싶은 게 많겠지만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인식을 바꿔야 하는 숙제를 피해갈 순 없다.

지난해 11월 말 연임에 성공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다시 3년간 민주노총을 이끌게 됐다. 새해 들어 양 위원장의 말과 행보는 오는 4월 총선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 앞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우리는 사활을 걸고 진보진영 단결을 통한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 중 ‘총선’이라는 단어는 7번 나왔지만 연차휴가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보호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선거 당시 ‘노동 중심 진보연합정당 건설’ 공약을 제시했던 양 위원장은 첫 공식 일정인 시무식 이후 진보당·노동당(3일), 녹색당(4일), 정의당(5일) 등 ‘진보 4당’을 잇달아 예방했다. 민주노총은 “향후 진보정치의 단결과 당면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의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거대 양당 기득권 극복을 위한 잰걸음은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노총 안팎에서 “양경수 집행부가 지나치게 총선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 “총선은 노동운동의 수단이어야 하는데 목표 그 자체가 됐다”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양 위원장이 지지하는 진보당이 시무식 다음날 첫 방문지가 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진보정치엔 민주노총이라는 우군의 힘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힘은 조합원뿐 아니라 사회적 지지가 있어야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양 위원장의 두번째 임기 초기 행보는 ‘노조가 전체 노동자를 위한 우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주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시장 가장 아래에 있는 이들을 만나는 일정이 다음 주부턴 이어질 거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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