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연희 “전 직원 강남구청 주장 홍보하라” 훈시

구교형·김향미·김상범 기자

당일 강남구 공무원 추정 ID, 관련기사에 61개 댓글

서울시, 명예훼손·정치 중립 위배 등 검찰 수사 의뢰

신연희 강남구청장(67·사진)이 지난 10월14일 서울시와 갈등 중인 한국전력 부지 공공기여금 사용에 대해 “간부와 직원 모두 우리 구 주장을 홍보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그는 당일 인터넷 기사에 달린 구청 옹호 ‘셀프 댓글’을 이튿날 구의회에 출석해 구의원과 방청객들에게 배포하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경향신문이 ‘댓글 부대’ 의혹을 처음 제기한 지 9일 만에 이 사건을 정식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단독]신연희 “전 직원 강남구청 주장 홍보하라” 훈시

강남구청 기획예산과에서 작성한 ‘구청장 지시사항’ 문건을 보면, 신 구청장은 10월14일 구청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 최우수 목표사업 9월 추진실적 평가보고회’에서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개발에 써야 한다는 점을 외부에 홍보할 것을 지시했다.

문건은 구청장 훈시사항으로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원샷개발에 우선적으로 사용하자는 우리 구의 주장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 구의 주장을 지역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있는데 우리 구 간부와 직원 모두는 우리 구 주장을 지역 이기주의로 잘못 알고 있는 주민들에게 왜 강남구의 영동대로 원샷개발이 더 중요한가를 홍보해 주시기 바람”이라고 밝혔다.

추진 부서로는 ‘댓글 부대’ 의혹을 받는 도시선진화담당관을 지목했다. 문건 말미에는 행정사항으로 “각 사업 부서는 구청장 지시사항을 향후 사업 추진에 적극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기재했다.

10월14일 강남구청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네이버 아이디들은 인터넷 기사에 61개의 댓글을 달았는데 신 구청장이 언급한 ‘지역 이기주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영동대로 원샷개발’ 등의 표현이 앵무새처럼 등장했다. 도시선진화담당관 산하 시민의식선진화팀 오모씨(7급)는 아이디 ‘huni****’로 당일 오전 11시59분 “서울시가 강남구를 나쁘게 여론몰이를 하는 건 맞지. 지역 이기주의 그러면서. 서울시가 본인들 땅인 잠실운동장 개발에 현대차가 내놓는 공공기여금을 막 갖다 쓰는 게 말이 안되지, 법에서도 영동대로 원샷개발이 우선이구만!”이라고 댓글을 썼다.

신 구청장의 이런 행태는 지난 대선 당시 댓글 작업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연상케 한다. 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대선 때 심리전단 요원들이 국정원 내부망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따라 댓글을 단 정황이 드러나 사법처리된 바 있다.

신연순 강남구청 공보실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구청장 지시사항은 어느 구나 있고, ‘지역 이기주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등은 언론에서 자주 쓰던 말들”이라면서 “추진 부서를 도시선진화담당관으로 한 것은 주무부서여서 그런 것일 뿐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연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비방 댓글이 명예훼손·공무원 정치적 중립 위배·공직선거법 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도시선진화담당관 소속 직원 14명은 지난 10월부터 서울시를 비방하고 강남구를 칭송하는 댓글을 총 315건 달았다. 댓글 중 191건(60.6%)은 업무시간에 작성됐다. 경향신문 보도 직후 9명이 쓴 142건의 댓글은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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