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천주교 “신부의 성폭력 부끄럽다…속죄”

김희중 대주교 사과 “엄중 처벌”

대전서 “신부가 성폭력” 추가 증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왼쪽)가 28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최근 밝혀진 수원교구 신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천주교 대표기관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최근 밝혀진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한 신부에 대해서는 정직·면직 등 처벌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대전의 한 학교에서 종교 교사로 일하던 장모 신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 증언도 추가로 나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2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주교들은 한마음으로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여 성폭력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교회의 사제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독신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며 윤리의식과 헌신의 종교적 표지가 돼야 할 사제들의 성추문은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허리 숙여 사과했다.

김 대주교는 “가해 사제의 직무를 중지시키고 처벌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교회는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속죄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여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주교는 “사제들의 성범죄와 성추문이 발생할 경우 각 교구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정직과 면직 등의 처벌을 해왔다”고 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28일 수원교구 신부의 성폭행 사건에 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피해자 ㄱ씨는 한 신부가 2011년 11월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자신을 강제추행하고 성폭행하려 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ㄱ씨는 당시 자원봉사자였다. 김 대주교는 “상처와 분노를 가슴에 안고 오랜 기간 고통스럽게 살아온 여성들이 교회의 쇄신과 자성을 촉구하며 성폭력의 피해를 용기 있게 고발한 점은, 사제들이 세속적인 문화와 쾌락의 폐단에 빠져 있다는 질책이었다”면서 “사제들의 성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김 대주교는 한 신부에 대한 수원교구의 정직 처분이 징계로서 약하다는 여론을 두고 “양측 입장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주교는 5~9일 열리는 주교회의 2018년 정기총회에서 성폭력 사건을 포함해 교회 문제의 구체적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대주교가 사죄문을 발표한 이날 또 다른 사제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JTBC는 2001년 대전 한 학교에서 종교 교사로 일하던 장모 신부와 야외로 나갔다가 예상치 못한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ㄴ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장 신부는 “잘못한 것이 있다. 어떤 방법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정기총회에서 대전 교구 사안도 포함해 다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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