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돌봄 누구의 몫인가'를 읽고

내 미래가 아니길 바라며

함영이

경향신문의 11월26일자 신문 1면에 실린 ‘여성 독박이 된 가족 간 노인 돌봄’을 읽고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91.9%가 가족으로부터 수발을 받고 있고 주 돌봄자 역할은 85%가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는 기사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다. 독박 육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30년 만에 다시 만난 독박이다.

지난 9월30일 골다공증으로 인한 허리골절로 친정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돌봄의 책임은 자연스레 내게 던져졌다. 두 동생들과 달리 ‘나인 투 식스’ 직장이 아니라 프리랜서이고 맏이며 딸이기에 자연스레 사령탑이 됐다. 주 1회 서울에서 강릉을 다녀오는 돌봄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돌봄은 독박만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과 함께 찾아오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가족은 우왕좌왕하느라 초동대처부터 실패할 확률이 크다. 나중에 보면 쓸데없이 지출한 비용이며 시간이 아깝다.

어머니는 허리 복대를 풀어놓은 채 집안일을 하다 12번 허리뼈가 부러졌다. 이 선명한 결과는 동네의원을 몇 차례 거쳐 종합병원에 가서야 알게 됐다. 일시적인 통증으로 여긴 것이 실수였다. 종합병원은 원인은 정확하게 파악했으나 친절하지 못했다. 병원 입구에서 어머니를 내려드리고 차를 주차한 후 휠체어를 빌려 어머니를 태우기까지 30분은 족히 걸린다. 병원주차장은 늘 붐빈다. 그러고도 한참을 기다려 어렵게 만난 의사는 불친절하다. 급기야 다른 병원으로 옮겨버릴 정도로 화가 났다. 옮긴 병원에서 조금은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압박골절보호대를 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라는 조언도 그곳에서 들었다.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 그 와중에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으나 급작스럽게 발병했기에 탈락했다. 결국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기어 다니면서 식사가 아닌 끼니를 해결한다. 변기에 앉지 못해 목욕탕 바닥에서 볼일을 보기도 해 결국 기저귀를 차게 됐다. 질병은 하나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어서 녹내장 수술도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삶은 그저 환자일 뿐이다.

이렇게 허겁지겁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교통비며 병원비를 감내하지만 맏이의 체면에 동생들한테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 주말에라도 시간을 내 다녀가라는 문자만 날릴 뿐. 2017년 2월말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은 시어머니는 시누이가 돌보고 계신다. 당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했지만 노인 돌봄은 그야말로 딸의 짐인가 싶기도 하다.

프리랜서는 시간이 돈이고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내 앞의 삶도 소중하기에 50대인 나는 절박하다. 이제 두 달 밖에 되지 않았고 주1회 정도의 돌봄임에도 두려움이 몰려온다. 각종 노인시설이 즐비하지만 비용도 부담되고 정신이 멀쩡한 어머니는 버려지는 기분이라고 단호하게 거부한다. 노인 돌봄이 시설 위주보다는 맞춤형 돌봄으로 빠르게 전환해야할 이유이다.

부모님 돌보는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이라고. 두렵다. 자꾸 정부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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