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위한 공헌은 못 잊어…성추행 의혹엔 착잡한 심정”

최민지·이창준 기자

박원순 분향소 찾은 시민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인 전날인 12일 서울광장·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와 빈소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의 조문이 이뤄졌다. 조문객들은 고인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한편 성추행 의혹에 대한 착잡한 심경도 드러냈다.

일요일인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 시민분향소에는 조문을 온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주말인 만큼 가족 단위의 조문객이 많았다. 조문객들은 8명씩 2줄로 서서 짧게 묵념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는 순서로 조문했다. 낮 12시~오후 1시쯤 조문객이 몰리면서 한때 대기시간이 40분에 달하기도 했다.

누적 조문객 2만382명
“인권 중시해 지지했는데…”
차마 조문 하지 못한 이들도

코로나19 확산 속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 조치도 취해졌다. 모든 조문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장 전 발열체크를 받아야 했다. 1m 거리 두기와 방명록 작성 전 손 소독도 의무화됐다.

회사원 김보미씨(43)는 “(박 시장이) 서울시를 위해 공헌한 것은 사실 아닌가. 시민으로서 마음의 빚이 있어 분향소에 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시정 활동을 지지해왔다는 그는 “이렇게 돌아가신 것이 허무하고 울컥하다”면서도 성추행 의혹에 대해 “딱히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그렇다. 복잡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 사망과 함께 제기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대부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수선씨(56)는 “마지막에 추문이 있었지만 그것을 조금만 걷어낸다면 다른 많은 좋은 일을 하신 분이라는 점을 떠올리며 애도하고 왔다”며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이 이성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조심하고 살아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는 걸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민삼홍씨(75)는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면서도 “서울시민을 위해 (박 시장이) 여태 희생한 것들을 생각하면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데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았지만 차마 조문에 나서지 못한 이도 있었다. 시청 정문 앞에서 만난 이승택씨(55)는 1시간째 같은 자리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에서 봉사를 했다는 그는 “조문을 해야 할지 판단이 안 된다. 시장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가 그의 인권 감수성이었는데 이렇게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도 정·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처장과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조문했다.

분향소 인근에서는 오후 한때 박 시장 지지자들과 반대 세력 간 고성이 오갔으나 경찰이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10시까지 조문객 2만382명이 시민분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분향소는 13일 오후 10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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