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경찰관, 언론인, 정치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모씨(43)의 사기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이 ‘전방위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 처음으로 7일 열렸다. 김씨 측은 로비 의혹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에 대해 “위법한 절차로 압수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이날 열린 3차 공판에서 김씨 측은 경찰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면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위법 수집 증거의 증거 능력은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진행하려고 했던 증인신문은 증인들이 불출석해 하지 못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담당 경찰관은 지난 3월 압수수색 현장에서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봉인하지 않고 (압수해) 반출했고, 이후 피고인과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열람해 (증거로 제출된)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압수목록도 제대로 교부하지 않았고, 압수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반환하거나 휴대전화를 피압수자(김씨)에게 교부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수사 활동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으로, 이를 위반해 생산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재판은 경찰이 수사 중인 로비 의혹에 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로비 증거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이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로비 수사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선동 오징어’(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오징어) 사업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7명으로부터 총 116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중에는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도 있다. 김씨는 중고차 판매업자를 위협해 돈을 빼앗거나, 다른 사람의 법인 명의로 할부 구입한 고가의 외제차를 되찾으려고 부하 직원들을 동원해 협박한 혐의(공동공갈 교사 등)도 받고 있다.
김씨 측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직원들을 시켜 피해자를 협박해 자동차를 빼앗으려 한 혐의는 인정하 않고 있다. 재판부는 김씨의 공동공갈 교사 등 혐의와 관련해 오는 21일 3명의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로비 의혹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육중한 체격을 지닌 김씨는 갈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김씨는 법정에 들어오면서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한 차례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재판 내내 변호인과 짧게 대화를 나눈 것 말고는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재판을 마친 뒤 김씨 측 변호인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 진행을 보면 아시지 않겠나, 이건 그냥 사기 사건”이라며 “무슨 게이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