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경찰관, 언론인, 정치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모씨(43·구속)의 선물 리스트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지원단장인 A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법조계 인맥 중심에 박 특검이 자리한 정황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박 특검팀의 수사지원단장 A씨가 김씨의 선물 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 선물 리스트에는 박 특검과 A씨 등 총 28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A씨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기 위해 2016년 꾸려진 박 특검팀의 핵심 인사다. 전 수원지검 사무국장인 그는 검찰 수사관으로 30여년간 일하다가 퇴직한 뒤 특검팀에 합류했다. 특검팀의 ‘살림꾼’이라 불릴 만큼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박 특검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A씨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를 포함해 박 특검 주변인 여러 명이 김씨 사건에 등장한다. 박 특검은 특검팀에서 2번 파견근무를 한 이모 부장검사가 검찰에 복귀해 경북 포항에서 근무하게 되자 해당 지역의 유력가 행세를 한 김씨를 연결해줬다. 박 특검은 “포항지청으로 전보된 이 부장검사와의 식사 자리에서 지역사정 파악에 도움을 받을 인물로 김씨를 소개하며 전화번호를 주고, 김씨에게는 이 부장검사가 그 지역에 생소한 사람이니 지역에 대해 조언을 해주라는 취지로 소개했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후 김씨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박 특검팀의 특별수사관 출신인 이모 변호사는 현재 김씨의 100억원대 사기 혐의 재판에 변호인으로 선임돼 있다.
박 특검은 김씨의 감방 동료인 언론인 B씨를 통해 김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김씨는 박 특검을 고리로 이 부장검사, A씨, 이 변호사와 관계를 맺었다. 김씨가 ‘가지치기식’으로 구축한 법조계 인맥의 중심에 박 특검이 있는 셈이다.
박 특검도 김씨로부터 대게와 과메기 등을 3~4회 선물받았다고 했다. 박 특검이 지난해 말 김씨의 포르쉐 승용차를 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 특검은 지난 3월 이 변호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렌트비 25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박 특검이 김씨로부터 받은 선물 액수가 얼마인지, 포르쉐 승용차 대여비 250만원을 김씨에게 정말 지급했는지, 포르쉐 승용차를 대여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돈을 지급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박 특검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법리검토를 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 청탁 금지 대상자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일 초과한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하게 돼 있다.
앞서 이 부장검사, 배모 총경,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동훈씨, TV조선 앵커 엄성섭씨 등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종합일간지 기자 C씨, 종합편성채널 기자이자 유튜브 채널 기획자인 D씨 등에 대해서도 입건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