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빚진 아이들<하>

배제와 포용,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이유진 기자

수용자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 자녀에게로 이어지는 ‘정서적 연좌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10명 중 1명은 수용자 자녀에 대해 ‘배제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10명 중 7명이 생활고를 겪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지원에 찬성하는 등 아동 보호에 대한 인식은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가 지난해 12월 16~20일 만 15~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수용자 자녀 지원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수용자 자녀를 어느 관계로까지 허용 가능한지’ 묻는 항목에 응답자 13.8%가 ‘받아들일 수 없다’(배제 인식)고 답했다. ‘나의 이웃이 되는 것’에 대해선 49.1%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직장동료’(18.4%)와 ‘절친한 친구’(14.7%)로 받아들이겠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배우자’와 ‘내 자녀의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은 각각 2.4%, 1.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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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항목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집단구성원 포용 정도를 확인하는 문항과 동일한 구성이다. 2020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배제 인식은 9.9%,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배제 인식은 18.3%로 나타났다. 전과자는 69.4%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이수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팀장은 “수용자 자녀에 대한 감정적 거리감이 외국인 이민자와 북한 이탈주민 사이 정도로 나타난 것은 여러 의미를 함의한다”며 “결손가정에 대한 배제 응답이 3.0%인 것과 비교하면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용자 자녀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일반적 인식(낙인)은 ‘연민’이었다. ‘전과가 있거나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의 자녀를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먼저 드십니까’라는 질문에 ‘안타까움’(89.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아픔이 있음’(85.4%), ‘상처가 있음’(84.4%) 등이 뒤를 이었다. 수용자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부도덕성’이 높게 나타났다. ‘남에게 죄를 짓는 사람’(87.8%), ‘남에게 피해를 줌’(83.4%), ‘비난받을 행동을 함’(81.3%) 순의 응답을 보였다.

‘생활고를 겪고 있는 수용자 자녀 지원을 위해서 세금납부의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4.4%가 ‘있다’고 답했다. ‘의향이 없다’는 응답(25.2%)의 약 3배 수준이다. 수용자 자녀가 겪는 생활고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47.74%, ‘모른다’는 응답은 52.3%였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담긴 아동의 4대 권리(생존·보호·발달·참여) 중 수용자 자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권리에 대해선 보호권(90.2%), 참여권(88.5%), 발달권(82.1%), 생존권(79.2%) 순으로 답했다. 보호권은 아동보호체계를 통해 보호받을 권리, 참여권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발달권은 잠재능력을 발휘할 권리, 생존권은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권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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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자녀가 수감된 부모에 대한 정기적인 면접교섭권을 유지할 권리인 ‘접견권’에 대해선 ‘필요하다’는 응답이 66.2%에 그쳤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실시한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용자 자녀 약 70%가 부모의 수감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팀장은 “아동을 권리 주체보다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보는 한계 역시 감지됐으나 수용자 당사자와 자녀에 대한 일반적 인식 범주가 달랐던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수로 나타난 만큼 캠페인과 제도 개선을 통해 아동 권리 신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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