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3개월 조사 ‘한 방’ 없이…의혹만 남기고 문 닫는 사참위

윤기은 기자

공식 활동 6월 종료…‘진상규명’ 남은 과제는

진실만이 모두를 편히 쉬게 하리 한국민속춤협회 무용가가 세월호 8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기억문화제’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춤을 추고 있다. 진도|권도현 기자

진실만이 모두를 편히 쉬게 하리 한국민속춤협회 무용가가 세월호 8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기억문화제’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춤을 추고 있다. 진도|권도현 기자

세월호참사가 벌어진 지 약 8개월 후인 2014년 12월29일, 해양수산부는 화물이 배에 과도하게 실린 상황에서 조타수의 부적절한 조타로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공식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유가족 등 일부 시민들은 국가적 대참사가 벌어지도록 손놓고 있었던 정부를 믿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 재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재조사를 위해 만들어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2015년 1월1일 설립, 2016년 9월30일 해산)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2017년 7월7일 조사개시, 2018년 8월6일 해산)조차 새로운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2기 특조위’로 불린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공식 조사가 오는 6월10일 마무리된다. 2018년 12월 조사를 시작한 사참위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에 따라 9월10일까지 청와대와 국회에 세월호참사 최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참위는 선박 안전 정책 연구 등에서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3년3개월의 조사 기간 동안 세월호 침몰 원인과 정부 구조 대응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의혹만을 제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지원 점검·안전대책 마련했지만

안전공영제 제안 등 성과 불구
침몰 원인·정부 부실 대응 등
‘결정적 증거’ 결국 못 찾고
부실 조사·자의적 해석 논란만

국회는 2017년 11월 사참위 설립 근거가 되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을 통과시켰고, 이듬해 12월 사참위는 세월호참사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사참위는 침몰 원인, 국정원 유가족 사찰 등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활동 연장을 요구했다. 국회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참위 활동기간을 2022년 6월까지 1년6개월 연장했다.

사참위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 4개 분과, 안전사회국 1개 분과, 피해지원국 1개 분과로 구성됐다. 사참위 활동 기간 동안 안전한 선박 운영을 위한 정책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사참위 안전사회국은 안전을 위한 비용을 아끼려는 해운사에 대비해 여객선 안전 비용을 국가가 내는 ‘안전공영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여객선뿐 아니라 유람선과 도선(13인 미만 여객선)에 출항 전 선박을 점검하는 안전감독관 도입, 선원들이 선박 결함을 발견할 경우 의무적으로 해양수산부에 신고해야 하는 선박결함 신고 제도 등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유가족, 생존자, 지역공동체 주민들을 위한 심리 치유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도 점검했다. 피해지원국에서는 생존자와 유가족을 위해 만들어진 경기 안산, 인천, 제주 등에 있는 트라우마센터 운영 상황을 확인했다.

15일 기준 직원 37명이 있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에서는 그동안 전남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 답사 및 조사, 세월호 침몰 실험, 항로를 나타내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 분석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사참위의 ‘부실조사’와 ‘자의적 해석’ 논란이 계속됐다. 사참위는 세월호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바꿔치기’ ‘세월호 내 폐쇄회로(CC)TV 데이터 조작’ ‘DVR 관련 청와대를 비롯한 당시 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검은 지난해 8월 모든 의혹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특검팀은 세월호 DVR이 이전에 수거됐거나 수거된 DVR이 가짜라고 볼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CCTV 조작설에 관해서는 “사참위가 조작 흔적으로 지목한 현상들은 데이터 복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염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사참위 조사 종료, 그 후

청와대 ‘7시간’ 공개도 미지수
정부 조사 협조·국가책임 인정 등
윤석열 차기 정권에 공 넘어가

유가족 측은 사참위 해체 뒤에도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성욱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부서장은 “공개되지 않은 정부 기록물이 넘어오는 것이 진실규명의 핵심”이라며 “사참위 최종보고서가 나온 뒤 정부와 국회에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도록 하는 방안을 타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 없는 상태에서 사참위를 연장해봐야 조사 시간만 길어질 것”이라며 “최종보고서가 나온 다음의 단계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청와대의 대응을 알 수 있는 ‘세월호 7시간’ 기록물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있다. 2017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30년까지 기록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실·국가안보실이 생산한 문서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까지 패소했다. 같은 해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대통령기록물 전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윤석열 차기 정권에 ‘진상규명 협조’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 활동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되지 않은 국정원의 세월호 관련 자료 공개 등을 요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 문서에서 조사 활동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적극 지원할 것, 보고서 작성 기한 전에 사참위 위원 임기가 끝나는 법적 미비점을 개선할 것, 생명안전기본법의 제정을 약속할 것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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