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눈’으로 파업을 바라본 거제 주민들

조해람 | 정책사회부 기자
조해람 | 정책사회부 기자

조해람 | 정책사회부 기자

“코로나가 심하니 조심하시고, 안전벨트 한 번씩 확인해주세요.” 고속버스 기사님이 출발 직전 버스에서 열 명 조금 넘는 승객에게 말했다. 지난 23일 이른 오후 경남 거제에서, 전날 마무리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취재를 마치고 복귀하기 위해 오른 버스였다.

승차 안내를 이어가던 기사님은 숨을 한 번 고르더니 이어 말했다. “대우조선 파업이 일단은 마무리됐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죠. 하지만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닙니다. 하청업체 분들 얼마나 많이 수고하십니까. 위험하고 열악한 곳에서 돈은 적게 받죠. 원청이 파이를 양보하고 나눠줘야겠죠.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길 바랍니다.” 고속버스 기사님들이 출발 전 안내하는 모습은 꽤 봤지만, 사회 현안에 관해 말하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두고 보수·경제지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지역사회와 상권이 울상을 짓는다고 연일 보도했다. 조선소 다른 노동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고도 했다.

현장 여론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협상이 타결된 지난 22일 취재팀이 늦은 저녁을 먹은 국밥집의 주인은 “하청노동자들 정말 돈 못 번다. 원청이 돈을 좀 더 줘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현장직 1만6000여명 중 1만1000명이 하청노동자이다. 실제 지역 상인들과 부대끼는 ‘이웃’은 하청노동자들이고, 이웃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은 입을 모아 하청노동자들의 처우를 증언했다.

물론 파업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맞불집회 참석자도 꽤 많았고, 대우조선 정규직노조에서는 금속노조에서 탈퇴하자는 투표까지 이뤄질 정도였다. 다만 이 투표도 개표를 멈추기 직전까지 반대표가 우세했다. “하청노동자들이 모두의 질타를 받으며 홀로 ‘생떼’를 부렸다”는 주장은 거짓말인 것이다. ‘노조 혐오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는 진보 언론의 개탄도 진실을 더 가까이서 본다면 쉽게 나오지 않을 말이다.

이날 고속버스는 공교롭게도 희망버스 집회가 열리는 옥포조선소 서문을 지났다. 길이 막혔지만 구시렁대는 승객은 없었다. 현실은 늘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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