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이재민 2408명, 갈 곳이 없다

김원진·강은 기자

대피소 운영 곧 끝나지만
반지하 등 복구 아직 더뎌
숙박시설 요금 올라 부담

정부·지자체 지원 소극적
보상도 현실과 동떨어져

23일 서울 관악구 신사동 최지애씨(49)의 반지하 월셋집. 지난 8일 집중호우로 빗물이 천장까지 차올랐던 곳이다. 한여름인데도 보일러를 45도로 맞춰놓고, 선풍기 6대를 하루 종일 돌리고 있다고 한다. 무상수리를 받은 김치냉장고를 뺀 컴퓨터, 가구는 모두 버려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씨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200만원뿐이다.

최씨 가족은 임시주거시설인 신사동주민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신사동주민센터는 집중호우 직후인 10일에는 113가구 153명의 이재민이 숙식을 해결했지만 현재 14가구만 남아 있다.

관악구는 지난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피해가 컸다. 관악구에는 354명(285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중 301명은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아직까지 돌아가지 못한 분들의 거의 대부분은 반지하 거주민”이라고 했다.

최씨는 “불안해 자리를 뜨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최씨의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는 ‘전달체계의 미비’다. 그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알려주는 지원책을 놓치지 않으려 주민센터를 지킨다. 최씨는 “민간 숙박시설 비용 지원이 있다는데 다른 이재민분에게 들었다. 보일러 수리를 무료로 해준다는 정보도 포털사이트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도 임시주거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 22일 체육관 1층에는 임시 텐트 32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는 극동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극동아파트는 집중호우로 옹벽이 무너져 두 개동이 파손됐다.

이곳에 머무는 이재민들은 다음달부터 어디서 지낼지가 걱정이다. 이명선씨(77·가명)는 “9월 초까지만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아파트 복구까지 최소 2개월은 걸린다고 하는데 어디서 머물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청에서 2인 기준 1박에 7만원씩 2주간 지원하지만, 이 가격에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체육관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장기투숙을 하려면 거의 하루에 10만원씩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사당종합체육관 인근 숙박시설의 가격을 확인해보니, A모텔은 13.2㎡ 크기 방이 평일 7만원, 금요일 10만원, 토요일 15만원이었다. 여기에 하루 대실비 2만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동작구는 “숙박시설비 지원과 사당종합체육관 이용을 극동아파트 복구 완료까지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6시 기준 전국의 주민센터, 체육관, 학교, 경로당 등 임시주거시설로 운영 중인 시설은 117곳이다. 집중호우 피해 이재민 2408명이 이곳에서 지낸다.

정부와 지자체의 넉넉지 않은 지원은 제도의 허점에서 비롯된다. 행안부 ‘2022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을 보면 임시주거시설 사용이 어려울 때 숙박시설 경비를 지원한다. 하루 숙박 비용은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7만원으로 정했다. 장기투숙이나 특정 지역에 이재민이 몰리면 숙박업소가 가격을 올리는 상황은 가정하지 않은 액수다.

정부나 지자체의 ‘소극행정’도 확인된다. 서울 자치구는 최대 2주까지만 숙박비 지원을 해주고 있다. ‘최대 2주’가 원칙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행안부 ‘2022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에는 ‘7일간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예산 내에서 거주가 가능할 때까지 지원 연장 가능’이라고 돼 있다.

이재민들은 임시 거처로 지자체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선뜻 입주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전제품 등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민들은 주거 걱정 이외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금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주거시설이 침수피해를 입으면 이재민들은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지자체의 추가 지원 여력이 없는 건 아니다. 지자체는 예비비와 재해구호기금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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