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여성계 의견 듣는다면서···반대 단체는 초대도 안한 여가부

조해람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간담회를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모인 여성 단체 회장들과 별도의 인사없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간담회를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모인 여성 단체 회장들과 별도의 인사없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여성가족부가 부처 폐지와 관련해 여성계 의견을 듣겠다며 간담회를 열면서 부처 폐지 반대 단체들은 초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논의를 폐쇄적으로 진행하다가 비난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공개적으로 여성계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인데, 그마저도 정부의 ‘입맛’에 맞는 단체들만 초청했다. 여가부는 “향후 다양한 단체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여가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숙 장관 주재로 열린 ‘정부조직법 관련 여성계 의견수렴 간담회’에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등 그간 여가부 폐지에 강하게 반발해 온 단체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여성계에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 개편안은 여가부 주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고 부처는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연은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민우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등이 가입한 대표적인 여성단체다. 정부의 여가부 폐지안에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 왔다. 여연은 지난 7일 성명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한국의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지난 20여 년간 애써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고, 명백히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11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기자회견 :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11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기자회견 :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이준헌 기자

여가부는 10일 그간 부처 폐지에 강경하게 반대하지 않은 단체들 위주로 간담회를 꾸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단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여성가족부 폐지는 절대로 정치적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부처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인 지난 3월30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게 부처 폐지 대안으로 ‘여성가족부→가족부 개편’ ‘각 부처 양성평등전담부서 설치’ 등을 건의했다. 여가부 폐지에 적극 반대하기보다는 폐지 후의 대안에 초점을 두는 ‘온건 대응’ 기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가부가 부른 참석자들은 간담회에서 부처 폐지안에 '일방적 찬성' 반응을 보였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허명 회장은 "여가부의 개편 시도는 긍정적"이라며 "개편 과정에서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은 "대통령 공약이므로 지켜야 한다"며 "여성편향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향후 (이날 참석 단체 외)여러 여성단체 및 청소년 단체와 소통할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 있다”면서도 “아직 간담회나 설명회 같은 행사 계획이 잡힌 것은 없다”고 했다.

여가부의 계속된 ‘폐쇄 행정’···김 장관 “청년 인식” 강조

여가부는 그동안에도 부처 폐지와 관련된 논의를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처 폐지를 담당했던 전략추진단은 외부 전문가 간담회를 여러 차례 열었지만 참석자를 공개하지 않았고 회의록도 없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여가부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행안부와의 공식적인 협의·소통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김 장관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 개편 과정 관련 질문에 “여가부가 뭐를 이야기했고, 어느 부처는 뭐라고 이야기했는지 그 중간 과정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여성계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여성계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이날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부처 폐지가 ‘청년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국민의 행정수요와 변화된 청년층의 인식을 반영해 국민께 신뢰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성정책이 향후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대전환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찬성 여론이 높았던 20대 남성층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어 “여가부의 모든 기능은 이관 후에도 축소나 쇠퇴 없이 지속될 것”이라며 “여가부 정책들이 보건복지 및 고용노동 정책과 연계돼, 각각 수행하던 정책과 서비스가 예산이나 프로그램 내용 측면에서 현재보다 더욱 확대 강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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