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명세서 법 어긴 사장이 100명이라 치면···처벌은 1명뿐이야?

조해람 기자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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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는 등 관련 법을 어긴 사장 100명 중 1명만 처벌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임금명세서 법 위반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법이 시행된 지난해 11월19일부터 올해 10월31일까지 1년간 노동부에 신고된 임금명세서 법 위반 1447건 중 1.2%인 17건만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기타 종결’이 634건(43.8%)으로 가장 많았고, ‘개선 지도’가 606건(41.9%)으로 뒤를 이었다. ‘기타 종결’이란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져 신고인이 종결을 요청하거나, 신고인이 2회 이상 조사에 불출석(연락 두절)해 종결된 경우를 뜻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난해 11월19일부터 모든 사업장은 직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공제명세 등이 적힌 임금명세서를 서면으로 교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0만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기타 종결’로 끝난 사건을 빼더라도 대부분 ‘개선 지도’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있다.

임금명세서 미교부는 법 시행 이후에도 계속 문제가 돼 왔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9월2일부터 8일까지 직장인 1000명에 진행한 설문조사(엠브레인퍼블릭 수행,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직장인 22.6%가 ‘임금명세서를 교부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비정규직(42.3%), 5인 미만 사업장(54.5%), 월급여 150만원 미만(56.8%) 등 취약 일자리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정규직(9.5%), 300인 이상 사업장(7.2%), 월급여 500만원 이상(6.3%)보다 7~9배 높았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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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관련 제보를 보면, 임금명세서 미교부는 ‘갑질’이나 ‘강제 장시간 노동’을 동반하는 경우가 잦았다. 임금명세서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는 직장인 A씨는 “대표가 사람을 부를 때 소리를 지르고, 커피, 청소, 잡일 등 온갖 부당한 일을 시킨다”며 “점심시간도 지키지 않고 매일 밤 9시까지, 주52시간이 아니라 65시간은 일했는데도 야근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만 노동시간을 턱없이 축소해 기재하는 때도 있었다. 이른바 ‘가족회사’에 다닌다는 직장인 B씨는 “한 달에 30시간 이상 야근하고, 일요일까지 일주일에 하루도 안 쉬고 일하고 있다”면서도 “월급명세서에는 총연장근무시간이 월 20시간으로 기재돼 있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 등에 대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노사 법치주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노동시장 기초질서인 임금명세서조차 주지 않는 불법 사용자 100명 중 단 1명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부가 법치주의를 말할 수 있나”라고 했다. 이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들의 절반이 임금명세서를 못 받고 있는데,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서 무슨 법과 원칙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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