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폭주에 칼바람 맞선 라이더들 “장갑 속 땀까지 꽁꽁”

전지현·이유진 기자

연휴·강추위에 주문 몰려…화물기사는 아침 일찍 ‘차 예열’

보일러 동파 걱정에 일찍 귀경도…시민 다수는 ‘집콕’ 택해

<b>눈보라 뚫고 집으로</b> 설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광주 서구 유스퀘어 종합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눈을 맞으며 승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광주와 전남 지역에는 대설특보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눈보라 뚫고 집으로 설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광주 서구 유스퀘어 종합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눈을 맞으며 승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광주와 전남 지역에는 대설특보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유모씨(31) 가족은 설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최강 한파’를 실감했다. 보일러관이 동파해 아침부터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2014년 보일러실을 수리한 이후 9년 만에 처음 겪은 일이었다. 연휴라 수리기사를 부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유씨 가족은 ‘보일러관 동파’를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동파된 곳 주변을 이불로 감싸 드라이기로 녹이라’는 조언에 따라 임시 조치를 취했다.

이날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26도(실제 영하 17도)까지 떨어졌고, 전국에는 한파특보가 발효됐다. 동파 사고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에서 계량기 동파 신고는 68건 들어왔다. 서울 44건, 경기 14건, 인천 6건, 울산·경북 각 2건이다.

<b>대기표 구하려 북적</b> 폭설과 강풍이 몰아쳐 제주발 항공편이 전편 결항된 24일 제주공항에서 승객들이 대기표를 구하기 위해 각 항공사 대기 전용 카운터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대기표 구하려 북적 폭설과 강풍이 몰아쳐 제주발 항공편이 전편 결항된 24일 제주공항에서 승객들이 대기표를 구하기 위해 각 항공사 대기 전용 카운터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설연휴 마지막 날 분위기도 움츠러들었다. 서울 신림동 빌라에 거주하는 A씨(28)는 동파 걱정에 계획보다 하루 일찍 귀경길에 올랐다. A씨는 “집이 낡아 보일러를 켜놓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걱정이 됐다”고 했다. 이날까지 대체휴일로 쉬는 직장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래도 쉬는 날이라 다행”이라며 “집 밖에 절대 나가지 않아야겠다”는 글 등을 올렸다. 직장인 김보영씨(32)는 “영화표를 취소하고 집에 머물기로 했다”며 “(밖에) 잠깐 나갔다 들어온 동생이 ‘바깥이 냉동고보다 춥다’고 하더라. 내일 출근이 걱정”이라고 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이들은 “올겨울 들어 제일 춥다”고 입을 모았다. 요구르트 전동카트를 운전하는 프레시매니저 임모씨(62)는 “날이 추워 평소보다 2시간 늦은 오전 8시30분쯤 출근했다”고 말했다. 양 주머니의 핫팩을 꺼내 보인 그는 “오늘은 마스크 안에 맺힌 물방울이 볼과 같이 얼어붙을 것처럼 춥다”고 했다.

1t 용달트럭을 운전하는 이모씨(57)는 평소보다 바삐 몸을 움직였다. 그는 “화물차는 경유차라 추운 날씨엔 잘 안 나간다”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차에 시동을 걸고 예열했다”고 말했다. 한파 대비법을 묻자 이씨는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이날 낮 12시에 돌아보니 컵밥거리 23개 가게 중 문을 연 곳은 두 곳뿐이었다. 이곳에서 15년 넘게 장사해온 B씨는 “추워서 손님이 없을 걸 안다”면서도 “집에서 놀면 뭐하냐는 생각으로 장사를 나왔다”고 했다. 그는 “동파될까 물을 틀어놓았다”며 “문을 닫은 가게들도 다 물은 틀어놓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파에 집에 머무는 이들이 늘면서 배달라이더들은 더 분주한 모습이었다. ‘배달의민족’ 등 일부 음식배달 플랫폼은 기온이 일정 수치 이하로 내려가면 ‘기상 할증 수수료’ 1000원을 부과한다.

배달라이더 윤모씨(53)는 “배달 주문이 폭주 중”이라며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그는 “명절엔 사람들이 쉬니까 배달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배달라이더들은 패딩 점퍼와 검은 방한장갑으로 중무장했다. 경력 5년차 전업 라이더인 이모씨(38)는 “오늘 같은 날씨는 장갑도 소용없다”며 “장갑을 끼면 그 속에서 땀이 나는데 이내 그 땀까지 얼어버린다”고 했다. 그는 “추워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일을) 해야 한다”며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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