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한파’에 전국이 갇혔다

박미라·고귀한·박준철·김기범 기자

설연휴 마지막 날, 강풍·폭설로 제주 하늘길 끊겨 귀경길 4만여명 고립

풍랑경보에 뱃길 통제…시베리아 ‘영하 50도 찬 공기’ 25일 한반도 통과

<b>올겨울 가장 추운 날, 경복궁 찾은 관람객들</b> 서울 영하 17도 등 전국에 최강 한파가 몰아친 24일 한복을 입고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겨울 가장 추운 날, 경복궁 찾은 관람객들 서울 영하 17도 등 전국에 최강 한파가 몰아친 24일 한복을 입고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못 왔던 고향을 오랜만에 찾아 즐거웠는데 돌아가는 항공기가 모두 결항이라 난감하네요. 우선 회사에는 내일 출근할 수 없다고 전화했어요.”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서 만난 이모씨(28)는 설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았다가 이날 항공기 결항으로 발이 묶였다. 50대 관광객 A씨는 “일 때문에 무조건 25일에는 대구로 돌아가야 한다”며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수차례 공항을 오가면서 알아보고 있는데 예약할 수 있는 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귀경객과 관광객 대부분은 날씨 예보를 들었지만 전편이 결항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공항은 항공권 일정을 변경하거나 대기표를 구하려는 이들로 붐볐다. 예약 변경을 받는 일부 항공사 데스크 앞에는 수십m에 걸쳐 긴 줄이 형성됐다.

설연휴 마지막 날 전국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고향을 찾은 이들의 귀경길에 큰 불편이 이어졌다. 제주는 강풍과 폭설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히면서 귀경객과 관광객 4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이날 제주를 오가는 출·도착 항공편 476편이 모두 결항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날 제주 출발 항공기를 예약한 승객 3만5000~4만명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기상이 호전되는 25일 오전 9시쯤부터 항공기 운항이 순차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귀경객 수송을 위해 이날 제주 출발 기준 임시편 25편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귀성객과 관광객은 설연휴 전 발표된 한파 예보에 전날인 23일이나 설 명절 당일인 22일 저녁 일찍 귀경을 선택하기도 했다. 고모씨(44·제주 제주시)는 “한파 예보가 계속 나오다보니 친구들 모두 전날인 23일 서둘러 떠나 얼굴도 못 봤다”고 말했다.

광주 시가를 방문했던 조모씨(44·서울)도 당초 귀경일인 24일에서 하루 앞당겨 지난 23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만일 예정대로 귀경했으면 도로가 미끄러워 어떻게 운전을 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씨(40·경남 거제시)는 전남 담양에서 이날 오전 출발했다가 꽁꽁 언 도로 상황 등으로 애를 먹었다. 그는 “평소 2시간30분이면 오가는 거리를 5시간이 넘게 걸려서 간신히 거제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풍랑경보가 발효되면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항로 여객선 10척과 마라도·가파도 여객선, 우도 도항선의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다른 지역의 바닷길과 하늘길도 차질을 빚었다. 전남에서는 목포·여수·완도·고흥 등 여객선 터미널의 52개 항로 여객선 81척이 모두 운항을 멈췄다. 전북에서는 군산과 어청도 등을 오가는 4개 항로 5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인천항에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섬을 잇는 12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한파와 강풍으로 한라산·월출산·무등산 등 6개 국립공원, 137개 탐방로의 출입이 통제됐다.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덮친 이번 한파는 한반도 북서쪽 상공에 머물고 있던 영하 50도 이하의 찬 공기가 남하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상공에서 막혀 있던 기류가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 유입되면서 한파를 몰고 왔고, 한반도를 통과해 일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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