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방법 고민하는 새마을금고 ‘내부고발자들’ “홀로 싸워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어…개별 사업장 넘는 ‘온라인 노조’ 필요”

조해람 기자
<b>“이제는 바꿉시다”</b> 가면을 쓴 새마을금고 직장갑질 피해 당사자들이 지난달 17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 모여 개선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제는 바꿉시다” 가면을 쓴 새마을금고 직장갑질 피해 당사자들이 지난달 17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 모여 개선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해 연달아 폭로된 ‘새마을금고 직장갑질’ 사건들의 뚜렷한 공통점은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었다. 지역사회 유력자인 이사장은 금고 안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반면 직원들은 뭉쳐서 대응하지 못했다. ‘새마을금고’라는 이름을 걷어내고 보면 이 같은 문제점들은 중소 영세사업장의 직장갑질 유형과 판박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1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새마을금고 직장갑질 피해 당사자들은 “홀로 싸워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함께 싸우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직접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건 이날 직장갑질119가 진행한 수다회가 처음이었다.

이날 모임에서 당사자들은 누구나 쉽게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노조’ 형태의 모임을 기획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믿을 만한 사람들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고발자’들은 그간 외로운 싸움에 지쳐 갔다. A씨가 다니는 인천의 한 금고는 2017년 직원들에게 개고기 요리를 강요한 일명 ‘개고기 갑질’ 사건으로 논란이 됐다. 금고는 A씨 등 문제를 제기한 직원 7명을 해고하고 1명을 직위해제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지만 이사장이 복직 조치를 거부하면서 A씨 등은 오랜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A씨는 “내부적으로 도움도 못 받고 6년째 같은 싸움을 하느라 점점 지쳐갔다”며 “지금도 괴롭힘을 받고 있는데 ‘너네 아직까지 싸우냐’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힘들다”고 했다. 같은 지역 B씨도 “대부분 직원들은 직접 피해를 입기 전까지 ‘나는 안 당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울산의 한 금고에서 부당대출과 직장갑질을 고발한 C씨도 A씨처럼 동료 직원들과 함께 대응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했다. C씨는 “용기를 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게 금고에서는 정말 쉽지 않다”며 “저 혼자 했다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외롭고 힘든 싸움이지만 그 영향으로 새마을금고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A씨는 “통합단말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거래 현황까지 볼 수 있었는데 현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개고기 갑질’ 사건 때 이사장의 측근이 ‘해고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주장하려고 거래내역을 법원에 냈다가, 역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소송에 걸려 패소한 뒤 생긴 변화다. 지난해 여름 동남원새마을금고 ‘여직원 밥짓기·빨래 갑질’ 이후로는 처음으로 조직문화 진단도 이뤄졌다.

당사자들은 각각의 금고에서 불합리한 일을 참고 있는 직원들이 연결될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소 규모 개별 사업장에 흩어진 이들이 뭉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D씨는 “저는 계속 혼자서 싸웠는데, 다른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개별 사업장에 뿔뿔이 흩어진 노동자들이 한곳에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온라인 노조’ 형태의 모임을 구상 중이다. 시간·공간의 제약을 넘어 고민을 공유하고, 노동자 스스로를 대변하자는 취지다. 익명 채팅방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 중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쉽게 가입하고 익명이 보장되며, 비슷한 직종·업종끼리 경험을 같이 나누고 집단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임을 꾸려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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