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문가 “기시다 발언, 본질 회피”…시민단체 “일 사죄 없이 진행된 회담 규탄”

강은·전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7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알맹이 없는 회담’이라며 박한 평가를 내렸고,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빈손 외교’라고 비판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들에 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본질을 회피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식민지 시기 있었던 사실에 대한 인정과 책임, 사죄는 없었다”면서 “일본 정부의 이전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했는데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처럼) 과거를 묻지 않는 방식으로 나가겠다는 것인데, 이는 1990년대 이후 이뤄졌던 역사인식의 진전을 형해화하고 과거로 회귀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도 기시다 총리 발언에 대해 “외교적인 자리에 나와서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 하는 건 책임 회피를 위한 ‘물타기’ 발언”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시민단체는) 한 번도 교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과거사 문제를 얘기하는 게 마치 미래를 발목 잡는 것인 양 적대시하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 한국 전문가를 현장 시찰단으로 파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시선은 싸늘했다. 오염수 문제 전문가인 최지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시다 총리의 말을 들어보면, 검증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시찰만 하고 오는 것으로 읽힌다”며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원자력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행위로 시찰단이 오용되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방안들이 재확인된 데 대해서도 회의론이 나왔다. 남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동아시아 갈등과 대립을 강화하고 과거의 신냉전 방식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우리에게 과연 외교적 선택지를 넓혀줄지 의문”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엄중한 글로벌 상황’을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엄중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시민단체의 규탄 목소리가 이어졌다. ‘2015년 한·일 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은 “사죄 없이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한다”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 없이는 일본 정부와 긍정적 미래를 도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전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도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 왜곡과 책임 부정으로 일관하는 기시다 정권에 거듭 면죄부를 주는 ‘굴종 외교’의 자리”라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신자유연대도 이날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시다 총리 답방 환영’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 등의 구호를 내걸고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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