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루비니 교수, 다가올 거대 위기 경고…시바 박사 ‘1%의 착취’ 대안 제시

김경학·이창준 기자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인류의 지속적 번영 논의

한국 사회에 닥친 문제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의미 있는 대안을 논의해온 <경향포럼>이 오는 28일 열린다. <2023 경향포럼>의 주제는 ‘성장을 넘어-모두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다.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현재, 각계의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우리 사회가 마주한 위기를 진단하고 인류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자유롭게 논의한다.

이날 오전 첫번째 세션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기조강연을 통해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전 지구적 위기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2023 경향포럼>의 포문을 열 첫번째 강연자는 ‘닥터 둠’으로 널리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다. 루비니 교수는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미 백악관과 재무부에서도 자문위원과 고문 역할을 한 국제경제 전문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한 것으로 유명하며, ‘비관론을 펴는 경제학자’라는 뜻의 닥터 둠 별명도 이때 얻었다.

루비니 교수는 <2023 경향포럼>에서도 현재 세계 경제가 직면한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저서 <초거대 위협>을 발간, 지난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경제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높아진 세계 주요 국가의 부채 수준이 거대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루비니 교수는 강연에서 기후변화, 팬데믹, 경제 및 금융 안보, 지정학적 갈등 등 다양한 위협을 강조할 예정이다. 스스로를 ‘닥터 리얼리스트’라고 칭하는 그는 많은 위협 요인들을 소개하면서도 “저절로 되진 않겠지만, 함께 협력한다면 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명한 정책적 선택이 뒤따른다면 경제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에 이어 인류의 위기를 환기할 연사는 세계적인 환경·사회운동가 반다나 시바 박사다. 시바 박사는 고향 인도에서 다국적기업의 삼림 파괴에 반대하는 ‘칩코운동’을 조직했으며 토종 씨앗과 생물다양성의 보호, 유기농업과 공정무역을 장려하는 인도의 전국적 운동 ‘나브다냐’를 창립해 이끌고 있다.

시바 박사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안 노벨 평화상으로 알려진 ‘올바른 살림살이상’, ‘존 레넌-오노 요코 평화상’ ‘시드니 평화상’ 등을 받았다. 시바 박사는 이날 ‘지구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는 인류,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강연을 펼친다. 그는 강연을 통해 ‘1%’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의 극상위층이 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지구와 생태계를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1%가 만든 착취 시스템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나름의 대안도 제시한다.

30대 젊은 석학 사이토 교수
자본주의 구조적 문제 논하며
해법으로 ‘탈성장 사회’ 고찰

오전 기조강연의 마지막 순서는 사이토 고헤이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교수가 맡는다. 사이토 교수는 30대 젊은 석학으로, 마르크스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제시하는 연구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20대 초반이던 2008년, 저서 <카를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를 발표해 뛰어난 진보 저술에 수여하는 학술상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최연소로 받았다.

2020년에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와 이것의 대안으로 ‘탈성장’을 본격적으로 주장한 저서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펴내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파괴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제 아니면 생명’이라는 이분법은 상상력을 제한해 결국 현상 유지밖에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게 사이토 교수의 주장이다. 사이토 교수는 <2023 경향포럼>에서 인류의 대안적 미래로 탈성장 사회를 제시할 예정이다.

기조강연이 끝나면 세 강연자는 1시간30분가량 좌담을 하면서 각자 의견을 주고받으며 창의적인 대안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좌담은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 위원을 지낸 공공경제 전문가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진행한다.

식량정책 전문가 파텔 교수
국경 넘어서는 돌봄 혁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 예정

오후에 열리는 두번째 세션에서는 현시점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라즈 파텔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정책대학원 연구교수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차례로 강연한다.

식량정책 전문가이자 언론인으로도 활동한 바 있는 파텔 교수는 기존 체제를 비판하는 특유의 재기 넘치는 저술로 ‘사회정의 글쓰기의 록스타’로 통한다. 세계은행(WB)과 세계무역기구(WTO), 유엔 등에서 근무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이들 기구에 항의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파텔 교수는 공동저서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에서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간 자연과 인류를 지나치게 저렴하게 착취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돌봄 착취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절대다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애정과 관심, 창의성을 쏟으면서 그들을 돌보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2023 경향포럼>에서는 ‘자본주의가 지불해야 할 대가, 돌봄 혁명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연한다. 영국의 국립보건서비스(NHS) 사례를 들어 국경을 넘어서는 상호돌봄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오후 강연 두번째 연사인 송길영 부사장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빅데이터 전문가다. 한국데이터마이닝학회 부회장 및 고려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송 부사장은 ‘느려지는 성장, 높아지는 지능, 연결되는 사회’ 강연을 통해 전통적인 성장 모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천천히 성장하는 경제 모델’을 제시한다. 느린 성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미래로의 전환이라는 것이 송 부사장의 주장이다.

두번째 세션의 마지막 강연자는 기후위기와 지역에너지 전환 전문가 이유진 부소장으로 ‘기후변화와 탈성장 시대-1.5도 삶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 부소장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 부소장은 <2023년 경향포럼>에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한국의 미래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모습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 우리가 어떤 과제에 집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특별강연과 토론이 이어진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 ‘물질을 줄이고 존재는 늘리는 삶’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불교공동체 정토회의 환경기구 ‘에코붓다’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한 유 위원장은 생태, 생명 운동에 오래 참여해왔다. 유 위원장은 인류가 지난 수백년간 지고의 가치로 삼아왔던 무한성장주의의 맹점을 짚어내고, 물질적 욕구로부터 벗어나 정신적 충족을 지향하는 ‘생태적 생활양식’에 대해 강연한다.

특별강연이 끝나면 <2023 경향포럼> 마지막 순서로 송길영 부사장이 진행하는 전문가 토론이 100분간 이어진다. 파텔 교수와 이유진 부소장, 유정길 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서며 오전에 기조강연을 펼쳤던 사이토 교수도 참여한다. 이들은 성장의 한계를 넘어선 진정한 번영의 길이 무엇인지 논박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논의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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