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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노동자 위한다면서요, ‘여기 우리’는 예외인가요?”

조해람 기자

“머리를 자르고 오니 뒷머리에 손을 넣고 뒤로 잡아당겨요.
‘너 여자니까 머리 길러’
이러면서 구렛나루를 잡아당기고….”

충북 청원의 반도체 전기검사 업체 테스트테크 직원 김민희(22·오른쪽 2번째)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청년 노동자로서 겪은 일을 증언하고 있다. 김씨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후생복지부장을 맡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충북 청원의 반도체 전기검사 업체 테스트테크 직원 김민희(22·오른쪽 2번째)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청년 노동자로서 겪은 일을 증언하고 있다. 김씨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후생복지부장을 맡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충북 청원의 반도체 전기검사 전문업체 테스트테크에서 일하는 김민희씨(22)가 회사 관리자에게 머리채를 잡힌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핸드폰을 주면서 머리 안 자르겠다고 녹음하라고, 녹음 안 하면 휴가 안 보낼 거라며 팔을 세게 꼬집었어요.”

중소기업인 테스트테크는 현장 직원 대부분이 20~30대 청년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곳이 첫 직장인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시작해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김씨도 고등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테스트테크에 들어왔습니다.

테스트테크의 청년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심각한 폭언·인격모독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야’ ‘X발’ 등 욕설은 다반사였다네요. 한 관리자는 단체 대화방에 “욕 처먹고 싶으면 저한테 오세요. 얼마든지 욕 처 해줄테니”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테스트테크 직원 단체 대화방.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제공

테스트테크 직원 단체 대화방.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제공

“부를 때 ‘민희야’ 이렇게 부르는 게 아니라, ‘이 새끼야’ ‘오늘 이게 실적이야?’ 이렇게 말해요.”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과로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1인당 2.5대가 적정선인 설비를 9대씩 3조 2교대로 돌리다 보니 직원들은 매일 3만 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일이 없을 때 연차를 강제로 소진시킨 탓에 김씨도 5월에 연차가 바닥났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테스트테크는 지난해 기준 이직률이 86%에 달했습니다.

젊은 현장 직원들은 참다 참다 지난 2월 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노조 테스트테크지회)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관리자들은 재빠르게 새 노조를 만들어 ‘제1노조’로 교섭창구를 독점했습니다. 현장 직원 노조가 만든 기본협약은 무효가 됐습니다.

이들은 왜 ‘MZ’가 아니란 말인가

김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최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 참여해 정부와 미디어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놓았습니다. 정부·언론이 말하는 이른바 ‘MZ 노동자’에 김씨 자신 같은 청년들이 포함돼 있냐는 겁니다.

정부는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등을 추진하면서 ‘MZ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청년들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길 원한다거나,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고도 했죠. 하지만 정부가 ‘MZ세대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거의 항상 대기업·공기업 사무직 청년들만 만나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MZ 노동자 위한다면서요, ‘여기 우리’는 예외인가요?”

“하루 일해도 힘든데 2주 동안 풀 근무를 하고 제주도 여행 간다는 말 들으면 어이가 없죠. 정부랑 언론은 다들 ‘MZ세대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산다’는데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고요.”

‘청년을 위한다’면서도 정작 테스트테크의 청년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 정부가 김씨는 야속합니다. “생산직, 비정규직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년 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걸로 아는데, 우리도 정부가 말하는 MZ세대가 정말 되고 싶네요.”

이야기마당이 열린 장소인 일진하이솔루스에 다니는 윤정현씨(27)도 같은 생각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MZ는 사무직이나 대학교 나온 엘리트들이죠.
왜 현장직이랑 사무직을 그렇게 나누는지 잘 모르겠고요.
정말로 청년들 목소리를 듣겠다면 현장으로 와서 저희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고….”

전북 완주의 수소차 부품회사 일진하이솔루스 직원 윤정현씨(27·오른쪽)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청년 노동자로서 겪은 일을 증언하고 있다. 윤씨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진하이솔루스지회 조직부장을 맡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전북 완주의 수소차 부품회사 일진하이솔루스 직원 윤정현씨(27·오른쪽)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청년 노동자로서 겪은 일을 증언하고 있다. 윤씨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진하이솔루스지회 조직부장을 맡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세계에서 손꼽히는 차량 수소탱크 제조사인 일진하이솔루스도 20~30대 직원이 다수입니다. 40㎏짜리 탱크를 수백 번씩 들어올려야 하는 고된 일과 화학약품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았는데, 산업재해 처리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30도, 겨울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작업환경도 직원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일진하이솔루스지회)를 만들어 회사와 교섭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교섭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잔업을 거부하고 표준 작업 절차를 철저히 지키는 ‘준법투쟁’에 나섰는데요. 회사는 공장 문을 걸어잠그는 ‘직장폐쇄’로 맞섰습니다. 농성에 돌입한 노조원 11명을 경찰이 강제 연행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현재 노조와 사측은 다시 테이블에 마주앉은 상황입니다.

이주노동자들도 ‘MZ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 윤다혜씨(39)는 “이주노동자들은 MZ세대라는 말도 잘 모를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윤씨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성서공단지역지회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미싱공장, 휴대전화 공장 등에서 일하며 임금 체불 등을 수없이 당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네팔 노동자가 관리자에게 숟가락으로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회사는 관리자가 아닌 이주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윤씨가 말했습니다.

“사장 허락 없이는 사업장 이동은커녕 병원도 못 가요. 이번에 MZ세대라는 말을 처음으로 검색해봤는데, 사람을 부려먹으려고 만든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다혜(39)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성서공단지역지회 이주사업부장(맨 왼쪽)이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윤다혜(39)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성서공단지역지회 이주사업부장(맨 왼쪽)이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음소거’되는 수많은 청년들…‘세대’는 하나의 집단일까?

정부는 왜 이런 ‘선택적 MZ 노동자 소통’을 하는 걸까요? 이야기마당에 참여한 김우식 금속노조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MZ세대’ 담론을 이용해 청년 세대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우식 민주노총 금속노조연구원 연구위원(가운데)이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김우식 민주노총 금속노조연구원 연구위원(가운데)이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 완주 일진하이솔루스 앞에서 열린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양대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의 일부 청년들을 만나면서 ‘양대노총은 잘못된 노조이고 이들이 올바른 노조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거죠.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도 ‘우리는 MZ노조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프레임을 거부했습니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도 정부의 이 같은 프레임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유준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의장(LG전자 사람중심노조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협의회는)MZ노조 프레임에 이용당하지 말고 우리 목소리를 오롯이 내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지난 2월21일 출범식에서도 “우리 스스로를 MZ노조라고 칭한 적 없고, 노조 대표와 조합원 모두가 MZ세대인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가 MZ세대를 대변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이런 ‘선택적 소통’이 청년세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와 얼굴들을 마치 없는 존재처럼 만든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대기업·공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만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되고, 중소기업·비정규직·생산직·서비스직 등은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겁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그런 세대는 없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청년의 사회적 재현물들은 항시 누군가를 포함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며, 현실의 어떤 면을 과장하고 다른 면을 은닉하며,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모습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존재하는 현실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권력을 휘두른다.”

- 신진욱, 『그런 세대는 없다-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이야기』개마고원(2022)

모든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1년 ‘청년 사회 첫 출발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를 보면, 청년의 33.4%가 졸업 후 첫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시작합니다. 63.9%는 ‘30인 미만’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첫 직장생활을 500인 이상 기업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7.7%에 그쳤습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3월24일 서울 종로구 한 호프집에서 열린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간담회’에서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른바 ‘MZ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간부들과 대통령실, 고용노동부 소속 청년 담당관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3월24일 서울 종로구 한 호프집에서 열린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간담회’에서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른바 ‘MZ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간부들과 대통령실, 고용노동부 소속 청년 담당관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 등 ‘비임금근로자’ 청년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비임금근로자 787만9000명 중 30대 이하가 335만7000명으로 40%가 넘었습니다.

신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외 중소 공장에서 일하는 고졸 노동자나 콜센터 노동자들은 자신의 어려움과 요구를 공론화할 자원이 별로 없죠. 그런 친구들의 상황이 청년담론의 주변부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는 세대 내의 다양한 상황을 무시한 채 단순히 연령만으로 ‘한 집단’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어떤 집단을 ‘동질적인 사람들’로 간주하면 현실을 잘못 인식하게 됩니다. 20~30대를 포함해 모든 세대는 같은 세대 안에서 노동시장 균열 등 여러 결의 균열을 겪고 있습니다. 이 균열을 어떻게 극복해갈지가 진보적 운동과 정치세력들에게 어려운 도전이겠죠.”


▼ 더 알아보려면

# 정부는 청년세대를 위해 ‘노동시장 개편’을 추진한다고 홍보해왔습니다. 실제로 청년 노동자들을 많이 만나긴 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택적, 편향적 간담회를 열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정부가 어떤 청년들을 만났기에 이런 비판이 나오는 걸까요? 구체적으로 알아봤습니다.

#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선택적 MZ 소통’이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기존 노동운동과 청년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는 전략이라고 지적합니다. 보수·경제지도 ‘청년들이 기존 노동운동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로 지원에 나섰는데요. 이 주장은 사실일까요?

경향신문은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청년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2021년은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의 주체가 된 대기업 사무직 청년들의 개별노조가 결성되기 시작하던 때고, 2023년은 윤석열 정부의 ‘반 노조 정책’이 본격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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