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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가짜뉴스 엄포’ 직후 김만배 녹취 인용 보도 심의 신청 폭증···‘국민의힘’ 15건 신청

윤기은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타파가 보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인터뷰 녹취록을 방송사들이 인용보도한 것과 관련해 지난해 3월 방송 당시 17건에 불과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 신청 건수가 1년 6개월이 지난 올해 9월 169건 폭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의 신청 건수는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이 뉴스타파의 보도를 “희대의 대선공작”으로 규정한 당일부터 나흘간 130건이 넘었다. 이 가운데 15건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의 ‘가짜뉴스 낙인찍기’가 여당의 방송심의 신청으로 이어졌고, 방심위는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보도한 KBS, YTN, JTBC 등 방송 3사에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것이다.

방심위 내부에선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관련 심의에 참여하는 것은 이해상충이라는 공개적인 문제제기가 터져나왔다. 류 방심위원장은 여당 추천으로 방심위원이 됐다.

■국민의힘 심의 신청→KBS·YTN·JTBC 최고 수위 징계

9일 경향신문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방심위 자료를 보면, 방심위는 지난달 5일부터 8일까지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보도와 관련해 하루에 79건, 29건, 11건, 13건 등 총 132건의 방송 심의 신청 건을 접수했다. 인용 보도가 나간 지난해 3월7일부터 나흘간 방심위가 접수한 관련 보도 민원은 각각 2건, 10건, 0건, 1건 등 총 13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 신청은 한 건도 없었다. 방심위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8월은 관련 신고 건이 없다”고 의원실에 답변했다. 대통령실이 “희대의 대선 공작”을 언급하기 직전인 지난 9월1~4일에도 심의 신청은 없었다.

방심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과 지난달 심의 신청은 국민의힘이 주도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5일 이후 4일간 15건의 심의 신청을 넣었다. 대상은 KBS <뉴스9>, <최경영의 최강시사>, MBC <뉴스데스크>, <김종배의 시선집중>, JTBC <뉴스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월에도 해당 보도와 관련해 심의 신청을 했는데, 그달 7~12일 접수된 전체 심의 신청 12건 중 11건이 국민의힘이 제기한 것이었다.

서로 다른 개인이 제출한 심의 신청들도 제목과 내용이 다수 중복됐다. 서로 다른 5명이 제기한 심의 신청은 ‘신학림 허위보도 관련 JTBC 심의 요청’ ‘신학림 허위보도 관련하여 JTBC 심의 요청합니다’ 등 제목이 같았다. ‘심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신청은 7개였는데, 신청인이 제각각 달랐다.

문제가 된 뉴스타파 녹취록은 지상파 4사, 종편 4사, 보도전문채널 2사가 모두 직·간접적으로 인용 보도했음에도 심의 신청은 특정 방송사에 몰렸다. 지난달 5~8일 민원이 제기된 방송사별 건수는 JTBC 44건, MBC 41건, KBS 26건, YTN 12건 순이었다. 그외 TBS 2건, 채널A 2건, MBN 2건, SBS 1건, 연합뉴스TV 1건, TV조선 1건이 접수됐다.

방심위는 지난달 25일 문제의 녹취록을 보도한 KBS, YTN, JTBC 등 3개 방송사에게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어 방심위 방송심의소위는 지난 3일 MBC <뉴스데스크>, <PD수첩>에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여당 추천 몫인 방심위원들이 주도했다. ‘대통령실→국민의힘→방심위’ 흐름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일사천리로 최고 수위 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방심위 사무처 직원 “류희림 위원장은 왜 안건심의 회피 안하나”

여당 추천 몫으로 방심위원이 된 류 위원장은 지난달 8일 방심위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호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해촉안을 재가한 지 22일 만으로, 과거 MBC·JTBC를 법률 대리한 전력 때문에 정민영 전 방심위원이 해촉돼 여권 위원과 야권 위원이 각각 4명, 3명이 된 당일이었다. 당시 야당 추천위원 3명은 호선 회의가 통상적 절차를 생략하고 다급하게 열렸다며 중도 퇴장했다.

방심위 내부에선 류 위원장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이가 신청한 ‘김만배 녹취록’ 인용보도 관련 심의에 류 위원장이 참여하는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무처 직원 A씨는 지난달 27일 방심위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류 위원장을 향해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방심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에 따른 ‘사적 이해관계자’의 민원이 포함된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 안건 심의를 왜 회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A씨는 “사적 이해관계자의 민원 내용과 유사한 문장 구조의 민원을 제기한 다수의 민원인이 누구인지 알고 계시냐”라며 “민원이 자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직적 동기에 의해 제기되는 경우 심의에 비효율이 발생하고 심의가 왜곡된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했다.

A씨는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방심위가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것, 유사한 보도를 두고 방송사별 상반된 심의 결과가 나온 것 등을 지적하며 “위원장님이 사적 이해관계자가 민원을 제기한 안건에 대해 스스로 회피하셔서 국민 관심이 집중된 안건에 대한 공정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사항을 준수하는 심의가 될 수 있도록, 방송사가 위원회 심의 결과를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해 주셔야 되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게시글에서 민원인의 신원과 류 위원장과의 관계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이후에도 회의를 주재하며 방송 3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에 관여했다. 앞서 한 보수 언론단체는 야당 추천 몫인 김유진 방심위원이 과거 자신이 재직한 언론단체가 신청한 방송 심의에 참여했는데, 이는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며 김 위원을 권익위에 고발한 바 있다.

조승래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심위가 철 지난 ‘가짜뉴스’ 문제를 들먹이며 언론 옥죄기에 나섰지만 실상은 좌표 찍기를 통한 여론몰이였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방통위는 특정 단체를 동원한 여론조작의 실체와 배후를 조사하고, 근거 없는 ‘가짜뉴스’ 여론몰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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