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외주화” 반발 속에···민영화된 YTN, 김백 사장 선임

조해람 기자    박채연 기자

YTN, 민영화 후 첫 이사회서 김백 사장 임명

직원들, 주총에서 유진그룹 성토 “언론장악”

“김백, 정권 비호 나팔수”···퇴진 투쟁 예고

YTN의 유진그룹 인수(민영화) 후 첫 주주총회를 앞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에서 YTN 직원들이 유진그룹 인수와 김백 전 상무 대표이사 임명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YTN의 유진그룹 인수(민영화) 후 첫 주주총회를 앞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에서 YTN 직원들이 유진그룹 인수와 김백 전 상무 대표이사 임명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유진그룹에 인수된 YTN이 29일 민영화 후 첫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김백 전 상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YTN 구성원들은 유진그룹의 인수가 ‘정부의 언론장악 외주화’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2008년 ‘YTN 해직 사태’ 당시 인사위원이었던 김 전 상무를 “정권 나팔수”라고 주장하며 퇴진 투쟁을 예고했다.

YTN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유진그룹 인수 후 첫 주주총회를 열어 김 전 상무 등 이사 6명을 새로 선임하고 이사 보수 한도를 6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의안을 의결했다. 이 의안은 YTN을 인수한 유진그룹 특수목적법인(SPC) 유진이엔티가 제안했다. YTN은 오후 4시 이사회를 열어 김 전 상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YTN 구성원들은 의안 의결에 반발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날 오전부터 주총장 앞에서 ‘정권 나팔수 거부한다’ ‘무자격 사장 물러가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권 비호세력 집에가라” “유진기업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피켓을 든 채로 주총에 참가해 유진이엔티의 이사 선임 의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80여명이 참가한 주총에서 YTN지부와 우리사주조합원들이 절반 이상 자리를 채웠다. 한 우리사주조합원은 “어제 내부망에서, 보고 싶지 않았던 ‘민영방송 YTN’이라는 글자를 봤다”며 울먹였다. 주총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김 전 상무는 자리란 자리를 모두 차지하며 권력비판 보도를 입틀막해 YTN의 신뢰도를 떨어트린 장본인”이라며 “불명예스럽게 YTN을 나간 뒤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비과학이라며 폄훼하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보도를 스토킹이라며 정부 비호에 앞장섰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력을 비호하던 인물이 친 권력 인사로 보직을 채우고 편향보도를 일삼으면 YTN의 신뢰도와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YTN의 유진그룹 인수(민영화) 후 첫 주주총회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 미디어홀에서 YTN 직원들이 유진그룹 인수와 김백 전 상무 대표이사 임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주주총회에 참석해 있다. 조해람 기자

YTN의 유진그룹 인수(민영화) 후 첫 주주총회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 미디어홀에서 YTN 직원들이 유진그룹 인수와 김백 전 상무 대표이사 임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주주총회에 참석해 있다. 조해람 기자

김 전 상무가 2008년 ‘YTN 해직 사태’ 책임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YTN 기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언론특보였던 구본홍 전 사장 임명을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반대투쟁에 나서자 사측은 기자 6명을 해고했다. 한 조합원은 주총에서 “김 전 상무는 해직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사위원이었고, ‘돌발영상’이 폐지될 때 간부였다”며 “10여 년 전 주총이 열린 이곳에서 해직의 아픔을 겪었는데, 그 자리에서 유진그룹이 새 아픔을 시작하려 해 씁쓸하다”고 했다.

주총 참석자들은 의안을 낸 김진구 유진이엔티 대표이사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대표이사는 “의장님이 (YTN지부와 우리사주조합의 의견을) 반대의견으로 판단하시고 표결에 부쳐달라”고만 했다. 지분 30.95%를 소유한 대주주 유진이엔티가 찬성하면서 의안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YTN지부와 우리사주조합은 주총장을 퇴장하면서 유진이엔티 관계자들을 향해 “YTN은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다.

YTN지부 등은 유진그룹의 YTN인수를 ‘민영화를 통한 언론장악’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직접 경영진을 장악하는 대신, 방송의 공공성을 침해하더라도 친 정부 성향 민간기업에 소유권을 넘겨 경영진을 교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진그룹이 그룹과 관계 없는 김 전 상무를 대표이사로 내정한 데에도 그런 배경이 작동했다고 보고 있다. 주총 전날인 28일에는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진행자인 박지훈 변호사가 하차 통보를 받고, 우파 유튜버 배승희 변호사가 새 진행자로 결정됐다.

보도전문채널의 첫 민영화에 해당하는 YTN 사례가 “총동원 속도전”이었다고도 이들은 지적한다. 2022년 11월 민영화 결정 후 11개월만에 유진이엔티가 최대주주가 된 것, 유진그룹이 주가조작 사건으로 대주주 변경 평가에서 ‘사회적 신용’ 점수가 낮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승인한 것 등을 근거로 든다. 유진그룹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의에 “주총과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90개 언론현업단체·시민단체가 속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YTN의 유진그룹 인수(민영화) 후 첫 주주총회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앞에서 유진그룹 인수와 김백 전 상무 대표이사 임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채연 기자

90개 언론현업단체·시민단체가 속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YTN의 유진그룹 인수(민영화) 후 첫 주주총회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앞에서 유진그룹 인수와 김백 전 상무 대표이사 임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채연 기자

90개 언론현업단체·시민단체가 속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주총 직후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전 상무는 사장으로 취임해 권력을 비판하는 YTN을 입틀막하고 정권의 나팔수로 개조하려 할 것”이라며 “공영언론 YTN의 권력 비판과 국민 알권리 등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김 전 상무 퇴진과 부적격 자본 유진그룹을 퇴출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고 지부장은 “유진그룹은 언론장악의 하청업체를 자청했다”며 “긴 싸움이 될 것 같지만 승리의 역사가 있다. 버텨서 공정방송, 권력 비판, 사회적 약자 보호, 민주주의 증진 등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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