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지우는 교실

우리 반에는 장애인이 있다, 아니 없다

박하얀 기자    오동욱 기자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통합교육을 받는 중학생이 지난 17일 학교로 향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통합교육을 받는 중학생이 지난 17일 학교로 향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한 반에서 수업하는 모습은 꽤 오래전부터 볼 수 있었다. 2007년 장애인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교육받을 권리 등을 명시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다. 출생률 감소로 취학 인원은 줄고 있지만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2020년 9만5420명에서 2023년 10만9703명으로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교육은 ‘통합학급’이라는 이름으로 장애·비장애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교육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특수교육법은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통합교육’이라고 정의했다.

각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통합교육은 이런 정의를 따르고 있을까. 장애 학생, 비장애 학생, 교사, 학부모 할 것 없이 현재 학교에 머물거나 학교를 거쳐간 누구도 쉽사리 동의하지 못했다. 학교는 지식을 전수하는 동시에 시민성을 기르는 곳이다. 학령기 장애인을 특수학교에 손쉽게 분리하는 사회는 성인이 된 장애인을 시설로 격리하자는 논리를 재생산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장애인을 사회에서 분리하고 배제하는 시스템이 유지된다. 발달장애인 통합교육의 실상과 문제점을 조명한 ‘장애를 지우는 교실’ 1회는 학교와 교실에 참여하는 여러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았다.

학생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DB 사진 크게보기

학생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DB

목격자이자 방관자였던

5년 전 경북의 한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채은씨(가명)는 학창 시절 줄곧 반에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있었다. 장애인 학생들은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갔다. 당시 박씨는 이들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한 반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상한 소리나 하고 방해만 되잖아요. 그냥 빨리 특수반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장애 학생들은 놀림감이 되곤 했다. 박씨는 당시 장애 학생에 대한 따돌림과 언어 폭력이 횡행했지만 제동을 거는 학생도, 교사도 없었다고 했다. 10여년간 장애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지냈는데 함께 무언가를 한 기억은 없다. 박씨는 “지원이 없다 보니 장애 학생은 그림을 그리거나 엎드려 있었다”면서 “모둠 활동을 할 때도 깍두기처럼 앉아만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은 결국 학부모가 고용한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학교 생활을 했다.

박씨가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접하고 떠오른 건 고2 때 교무실에서 마주한 장애 학생 어머니의 화난 얼굴이다. 자녀가 학교에서 방치되고 있는 데 화가 나 항의하러 온 것이었다. “그땐 극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어머니 마음이 이해가 가요. 그 학생은 학교에서 투명인간 같았거든요. 저였어도 한 번쯤은 항의했을 것 같아요. 그래야 신경을 써줄 테니까요.”

발달장애 학생의 학습 특성 등을 고려해 제작된 통합교과서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아는 교사는 많지 않고 수업 자료로도 잘 쓰이지 않는다. 특수반과 일반학급을 오가는 중학생의 어머니가 별도로 구매한 자습서들이 책상에 놓여 있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발달장애 학생의 학습 특성 등을 고려해 제작된 통합교과서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아는 교사는 많지 않고 수업 자료로도 잘 쓰이지 않는다. 특수반과 일반학급을 오가는 중학생의 어머니가 별도로 구매한 자습서들이 책상에 놓여 있다. 한수빈 기자

장애학생에게 공교육은 ‘내돈내산’?

인천의 한 중학교 특수교사인 이민석씨(가명)는 최근 자원봉사자를 교실에 들였다. 교육청으로부터 특수교육 실무사를 배정받지 못해 교육청이 주관하는 다른 사업을 신청했지만 충원에 실패했다. 궁여지책으로 들인 자원봉사자의 봉사 시간은 일주일에 14시간이다. 하루 2~3시간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간은 지원 공백이 있다.

얼마 전 한 학생이 “수업하기 싫다”면서 소리 지르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이 있었다. “그 학생 안전이 걱정되니까 붙잡으러 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제가 나가는 순간 반에 있는 다른 학생들은 방치가 되겠더라고요.” 이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는 특수교사도, 보조인력도 없어 장애 학생들이 며칠간 등교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다음 학기도 걱정이다. 교육청이 편성한 봉사자 활동비 예산이 모자라 두 달간은 지원인력을 쓸 수 없다.

학생들은 장애 유형과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특수교사 1명이 학습과 신변 처리를 원활히 진행하기가 어렵다. 현행 특수교육법은 특수학급당 학생 정원(유치원 4명, 초중등 6명, 고등 7명)과 교사 수(1명)만 규정할 뿐 실무사 같은 보조인력에 대한 규정은 없다. 각 지역 교육청은 장애 학생 수, 장애 유형과 정도 등을 고려해 어느 학교로 보조인력을 얼마나 보낼지 심사한다. 교육청이 수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수교사들은 학생들의 장애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부각하며 보조인력 충원을 호소한다.

과거 신아재활원이라는 장애인 시설에서 30여년간 살다가 탈시설한 40대 발달장애인이 2022년 12월16일 서울 강동구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이 있는 건물 복도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사진 크게보기

과거 신아재활원이라는 장애인 시설에서 30여년간 살다가 탈시설한 40대 발달장애인이 2022년 12월16일 서울 강동구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이 있는 건물 복도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하지만 실무사 고용이 전체 교육공무직(무기계약직) 인건비 예산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마저도 특수학급을 신설하거나 늘린 학교에 우선적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실무사 구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실무사가 한쪽에 배정되면 다른 쪽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학교와 학교 간, 학교 내 장애 학생 간 ‘제로섬게임’ 구조인 셈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지역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자원봉사자와 사회복무요원 등을 제외한 특수교육 지원인력 1인당 학생 수는 2020년 약 10.92명에서 2023년 12.00명으로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현재 통합교육은 비용 일부를 장애인이 스스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활동지원사 김수인씨(가명)는 매일 오전 9시 발달장애인 초등학생과 함께 등교해 오후 3시까지 학교에 상주한다. 학생이 소리를 지르고 남을 꼬집는 등의 ‘도전적 행동’을 보이자 학교 측은 활동지원사 투입을 학부모에게 요구했다. 이 학교에는 활동지원사가 3명 더 있다. 보조인력 비용을 장애인 개인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박래원씨(가명)도 학부모에게 급여를 받고 있다. 박씨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 학생 보조를 기피하면서 인력이 더 부족해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등이 지난해 8월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교육부가 자폐 혐오를 방치하고 교사와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권도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등이 지난해 8월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교육부가 자폐 혐오를 방치하고 교사와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권도현 기자

어찌할지 모르는 교사들

보조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애 학생은 특수교사가 전담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이 원래 속한 일반학급이 있는데 이 점은 잊히기 십상이다. 일반교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서울 금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과교사로 일하는 정미소씨(가명)가 사범대 재학 당시 배운 특수교육 관련 내용은 필수과목이었던 ‘특수교육학개론’이 전부다. 정씨는 “장애 유형에 대해 다룬 기억이 나는데, 장애 학생이 함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선 배우지 않았다”고 했다. 교대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지인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막상 교사가 돼 학교에 와보니 장애 학생이 많았다. 정씨가 학교에서 만난 장애 학생만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발달장애 학생들이다. 학기 초에 특수교사를 통해 장애 학생에 관한 기초정보를 받았지만 따로 만나 학생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다. 다른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할 때는 자신이 수업하는 반에 자폐성 장애인 학생이 있었는데 사전에 알지 못했다.

서울 양천구의 초등학교에서 통합학급을 맡고 있는 교사 최정안씨(가명)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반교사에게 별도 매뉴얼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될까 걱정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려워요.” 정기적으로 열리는 교사 연수에서도 특수교육은 별로 다뤄지지 않는다. 장애 학생의 특성을 반영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교과서가 시중에 있지만 교사 상당수는 존재 자체를 모른다.

통합교육과 거리가 먼 교사가 관리자(교장·교감)가 되고, 장애 학생 교육은 특수교사와 봉사자·활동지원사 등 임시로 공백을 메우는 조력자들에 의해 지탱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경계선지능 학생의 어머니 문미영씨(가명)는 “특수학급을 안 만들고 교육청 특수교육 지원센터에서 순회교사를 상습적으로 충원받는 학교장들이 있다”며 “집과 가까운 학교에 특수학급이 충분하지 않아 장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개정된 특수교육법은 일반학교장이 지원인력 배치, 특수학급 설치, 필요한 시설·교재 등 구비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이 복용 중인 정신과 약물. 약 복용이 나쁘기만 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장애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도전적인 행동’을 보이는 원인을 학생 개인에게서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이 복용 중인 정신과 약물. 약 복용이 나쁘기만 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장애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도전적인 행동’을 보이는 원인을 학생 개인에게서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한수빈 기자

‘장애’를 지우는 교실

결국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의 ‘장애’를 고려하기보다 특수학급에 떠넘기거나 장애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장애 학생이 도전적 행동을 보이거나 학습, 교우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특수학급에 있는 시간을 늘리거나 정신과 약물 복용량을 늘리는 식이다. 문씨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약을 먹이는 것인데, 기운을 빼서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작용 때문에 또 다른 약을 추가하면서 먹는 약의 종류가 늘어났다”며 “회의감이 들지만 학교 생활을 위한 대가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의 한 실무사는 “통합교육 현장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결국 교육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면서 “중증 장애 학생 통합교육 방안도 마련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특수교사 배치율은 법정 정원을 밑도는데 교육부는 2023년 공립 유치원·초등 특수교사를 전년 대비 61% 적게 뽑았다. 보조인력 태부족 현상에 대해선 사실상 초단시간 노동자(일주일 15시간 미만 노동) 채용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초단시간 노동자 채용 절차가 여타 기간제 노동자 채용보다 간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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