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혁신성장 가능할까

권오인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지난 2일 정부의 중요한 두 가지 발표가 있었다.

하나는 김동연 부총리 주재의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이고, 나머지는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의 5대 재벌 간담회에서의 정책 발표이다. 두 개의 정책을 같이 언급하는 이유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정책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NGO 발언대]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혁신성장 가능할까

왜 우리나라는 벤처기업들의 성공이 ‘하늘의 별따기’이고, 중소기업의 혁신은 가로막혔을까?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우리 경제구조를 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재벌의 경제력 집중의 심화와 남용,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재벌들은 우리 경제의 절대적 경제권을 확보했다. 정경유착,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편법 및 불법 승계, 순환출자, 문어발식 확장, 계열사 인수·합병(M&A), 기회 유용, 기술 탈취, 부동산 자산 증식, 골목상권 장악,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하청 및 협력 업체 쥐어짜기 등은 이들의 주된 무기다. 무기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다.

결국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할 시장경제는 재벌과 대기업들의 무서운 무기로 인해 오래전부터 기울어져 고착화되어 버렸다.

기회도 얻지 못하고, 얻은 기회도 빼앗겨 버리는 불공정한 경제구조 속에서 혁신성장이 가능할까? 손쉬운 내부거래와 중소기업 이하 벤처기업들의 기술 탈취로 약자들의 혁신을 가로막은 이들은 경쟁 없는 구조로 인해 스스로의 혁신도 가로막아 버렸다.

가격경쟁으로 버텨오던 이들이 기술 위주의 세계 무대에서 최근 무너지는 사례를 보면 잘 드러난다.

그렇다면 혁신성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경제구조의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경제구조의 판은 재벌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제구조의 개혁 없이 과거 벤처 정책과 같이 돈을 쏟아붓는 구조의 혁신성장 정책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는 정부라면,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5대 재벌 간담회에서의 발표 내용에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를 위한 구조개혁 대책이 담겼어야 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은 대기업집단 공익재단 운영실태와 지주회사 수익구조를 조사한다는 것이고, 여전히 재벌들에 스스로 변화를 요구했다.

재벌 스스로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대는 국민들도 하지 않는다.

역대 정부를 봤을 때, 재벌개혁은 지지도가 높은 정권 초기에 하지 못하면 어렵다. 재벌개혁을 외쳤던 촛불시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탄생한 현 정부는 개혁의 최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인 것이다.

정부가 경제구조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지금도 골든타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 혁신성장, 건전한 경제발전, 공정경쟁 시장을 진정 바란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작년 말 시작되었던 촛불시민들의 구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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