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학생·교사만 고군분투해야 하나

한지혜 소설가

이틀 전 아침 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태풍이 올라오는 중임에도 1위부터 20위까지가 대부분 ‘자가진단’이었다. 온라인수업의 첫 번째 일과가 자가진단인데 할 수가 없단다. 갑자기 왜? 아이에게 물었더니 사이트 체크가 앱 체크로 바뀌면서 오류가 생긴 것 같다고 한다. 달라진 내용이 있느냐 물으니 다른 건 모르겠고 시간이 체크된다고 했다. 이전 시스템은 체크 시간이 기록되지 않아 전날 자정 이후에 체크해서 보내놓는 학생들이 있었던 모양. 단지 시간을 확인하려고 시스템을 바꿨다는 건가? 사전 고지도 없이?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온라인수업 이래 교육부의 업무 방식을 보면 그럴 것도 같다.

한지혜 소설가

한지혜 소설가

이번 온라인수업 전환만 해도 그랬다. 정부가 강화된 2단계 조치를 시행 중인 상황에 학교는 어떻게 운영될 건지, 어떤 기준으로 문을 열고 닫을 건지에 대한 아무런 안내가 없어 서울시교육청에 문의했더니 결정된 사항은 없고 설문 조사 중이라고 했다. 방역 지침을 설문으로 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설문도 받은 적 없는데, 며칠 뒤 기습적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기습적이라고 표현하는 건 교사들조차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내용을 알았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교문을 닫았던 일이 잘못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수업을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 교사들이 기사를 보고야 내용을 알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몇 번이나 개학을 유예하다 급하게 방법을 찾아야 했던 지난봄과는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

그날 아이가 들고 온 가방은 거의 10㎏이었다. 코로나19 시대의 학교에서는 사물함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늘 그 정도의 무게다. 그 주는 수업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등교 주간이라 현장 진행에 맞춰 진행되었던 수업을 갑자기 온라인으로 돌려야 해서 처음 며칠은 수업이 줌을 통해 이뤄졌다. 실시간 수업을 늘리는 건 2학기 들어 교육부가 권장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동영상이나 온라인 자료를 각자 숙지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방식의 수업이 지나치게 자율적이라 학습 소홀로 이어질까봐 대면수업을 늘려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실시간 수업은 수업 참여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접속 상태가 일정하지 않아 수업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거니와 다시 보기나 다시 듣기가 불가능해서 오히려 효과가 떨어질 때도 많다. 카메라를 통해 서로 간의 가정환경이 노출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다. 휴식도 없이 전자기기 앞에 몇 시간씩 앉아 있어야 하는 정신적, 신체적 피로도 만만치 않다. 맞벌이 가정 등의 이유로 낮 시간에는 혼자 지내는 아이들이 실시간 수업 사이에 점심을 먹는 일조차 쉽지 않다. 계층별로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대한 대처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신기한 건 어떻게든 따라가고 있는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다. 학교는 여러 모순과 아이러니 속에서도 움직인다. 현장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 정책이지만 교사들도 사명감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투덜대면서도 묵묵히 따르는 학생들의 의젓함이 감탄스럽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쟁을 치르듯 한 학기를 보내고, 온라인수업의 결과에 대해 현장에서는 중간층이 사라진 교육 공백을 가장 큰 문제로 삼았다. 비슷한 시기 교육부는 감염병이 사라진 시대에도 현재와 같은 원격수업은 지속될 것이라며 미래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학부모로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재난교육 상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사례를 수집하고 개선안을 내놓는 일이, 그리하여 재난이 이어질 경우 혹은 반복될 경우 대처방안을 내놓는 것이 교육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국제사회와 공조할 미래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말하다니, 교육부의 미래 계획을 위해 여태 학교가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고 있던 건가 싶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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