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와 광주 민주화운동

신형철 문학평론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정책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공수부대가 자행한 폭력과 닮았는가? 그렇다고 주장하는 만평이 매일신문 3월18일자에 실렸다. 만평을 그린 모 화백은 지금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저 비유일 뿐이라고 말이다. 폭력을 옹호하거나 피해자를 모독할 뜻은 없었으며, 그저 현재의 ‘안 좋은 것’을 과거의 ‘안 좋은 것’과 연결해 놓았을 뿐이라고, 즉 악의는 없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잘못은 악의가 아니라 무지에 의해서도 행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비유를 두고 ‘대상들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해내는, 타고나는 능력’(<시학> 22장)의 소산이라 드높인 것은 그만큼 비유가 성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만평은 실패한 것 같다. 어디서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따져보는 일은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이 만평은 말한다. ‘첫째, 종부세는 폭력이다.’ 이 비유가 미심쩍다는 판정은 비평가가 아니라 계산기도 할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에게 종부세가 부과되려면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 15일 발표에 따르면 그 대상은 대한민국 전체의 3.7%, 서울의 16%다. 거꾸로 말하면 서울의 84%, 전체의 96.3%는 이 세금과 관계가 없다.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공시가격 9억5000만원 1주택자라면 그가 낼 돈은 20만원 남짓이고 그나마도 감면 혜택들로 깎인다. 문제의 만평은 폭행당하는 시민 옆에 “아닌 밤중에 9억 초과 1주택”이라고 적었다. 근래 집값이 오른 이들에게 최초로 부과된, 적게는 20만원대의 세금을 무자비한 폭력에 비유한 것이다. 이 만평은 비유의 대상인 종부세 자체에 대한 (의도된) 무지에 근거해 있다.

종부세가 폭력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면 조폭 등을 그렸어도 좋았을 텐데 왜 항쟁 진압 장면일까? 이 만평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둘째, 종부세는 독재정부의 국가폭력이다.’ 문재인 정부를 전두환 신군부와 포개고 싶었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효과가 생겼다. 비유는 두 대상을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부세를 공수부대에 비유하면 거꾸로 공수부대도 종부세에 비유될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이 만평을 통해 (창작자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광주시민이 겪은 고통은 세금 부담이 커지는 일 정도로 재규정되고 말았다. 이 비유의 창조자는 지난 세월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실상에 무지할 뿐만 아니라, 여전한 그 고통을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무례를 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매일신문에 실린 ‘종부세 만평’
공수부대가 자행한 폭력 묘사
광주의 고통과 세 부담을 동일시
비유 대상인 종부세 무지에 근거
독재 국가의 폭력 말하고 싶었나

아직 왜 하필 1980년 5월 광주인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만평의 무의식은 이렇게 말하는 것도 같다. ‘셋째, 종부세는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이다.’ 만평이 실린 지면이 대구의 일간지라는 사실에 집착하는 것은 또 다른 지역혐오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만평 스스로가 대구의 독자를 상대한다는 사실에 집착한 것 같다는 점이다. 광주를 이제는 가해자로 역전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광주를 은밀히 혐오해야 대구의 독자들이 호응할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 만평은 제 독자를 이런 메시지에 자극될 만한 사람들로 대접했다는 점에서 대구 시민에 대한 모독이 된다. 시대 변화에 대한 무지라고 해야 할까. 대구의 2040세대는 윗세대의 고질병인 호남 혐오를 극복해 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만평은 종부세 자체에 대한, 국가폭력에 대한, 도래한 시대에 대한 삼중의 무지가 낳은 결과물로 보인다.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를 빌리면, 성공적인 비유는 한낱 문학적 장식이 아니라 “명철한 지성”을 발휘해 “앎의 전달”에 기여하는 것이므로(<수사학> 3권 11장), 이처럼 무지로 창조되어 왜곡된 앎을 전달하는 비유는 실패라고 판정할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을 폭력에 비유하려다가 비유 자체가 폭력이 되어버린 사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한 창작자의 예외적인 실수일까? 폭력은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갖는다. 인종청소 이전에 혐오발언이 있었고, 수소폭탄 이전에 원자폭탄이 있었다. 이번 만평에도 선행 비유가 있다. 일부 언론이 오랫동안 전략적으로 사용해 온 ‘세금 폭탄’이라는 비유 말이다.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본래 보수주의자들은 누진세를 경제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성공한 자에 대한 잘못된 징벌에 비유하고는 하지만, 세금 폭탄이라는 한국산 비유는 그조차 넘어선다. 폭탄은 터지고 사람을 조각낸다. 세금에 테러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씨(40세)는 얼마 전 세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유형의 테러 서사는 서울 일부 지역 사람들의 불만을 국민 모두의 것으로 호도하고 3.7%가 내는 종부세 때문에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인식을 생산한다. 세금이 폭탄인 게 아니라, 세금 폭탄이라는 비유가 폭탄이다. 이번 만평은 저 프랑켄슈타인 언론사들이 만든 피조물이다. 물론 그 언론사들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제 자식을 외면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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