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태양까지 날다

김정수 시인
[詩想과 세상]갈매기 태양까지 날다

어떤 갈매기는 젖은 모래 위에 알 대신

발자국 몇 개 낳아놓고 떠나는데 그런 날 바다는

파도를 저만치 밀어놓고

발자국이 부화되기를 기다린다

새벽에 발자국을 깨고 나온 새끼의 이름은

대개 자유 혹은 조나단이라 지어지게 마련인데

황금 심장을 얻기 위해 그들은

여명을 딛고 해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

더러는 날개가 타서 추락하고

더러는 눈멀어 길을 잃지만

몇몇은 태양의 품까지 무사히 도착하는데

비상이 멈춰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밤이면 백사장은 다시 알 대신 발자국 몇 개 품고

반짝이는 별들을 향해 손 모은다

바다가 초조한 얼굴로 밤새 서성거린다

이호준(1958~)

이 시는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말로 유명한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갈매기 조나단은 단지 먹을 걸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비행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자아를 실현하고자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위대한 비행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한다. 시인은 “알 대신/ 발자국”에 눈길을 준다. 지상에 남긴 발자국은 비상을 위한 첫 흔적이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평범한 삶도 나쁘진 않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일, 주어진 삶에 만족하는 평범한 삶. 하지만 청춘이라면 “황금 심장을 얻”기 위해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라야 한다. “날개가 타서 추락”하거나 “눈멀어 길을 잃”을지라도 끊임없이 도전해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한계를 극복하고 “태양의 품까지” 도달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다. 갈매기 조나단 같은 청춘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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