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시간, 대선의 시간, 미래의 시간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 흐르는 두 개의 시간을 생각한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의 시간’이다. 지난해 벽두부터 코로나19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사회를 뒤흔들어 왔다. 우리 사회의 경우 지난주부터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이번 유행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국민 다수가 지쳐 있다. 코로나19 감수성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긴장도를 상승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4차 대유행에 대해선 오락가락한 정부 방역 대처의 책임이 작지 않다. 정부는 의학적 방역 못지않게 자영업자 등을 위한 경제회복이 중요한 만큼 이 둘의 균형을 잡으려 해왔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린아이 감염을 염려하는 부모의 입장과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은 다르다. 방역과 경제는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는 두 마리 토끼일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백신 보급이다. 백신 보급이 상당한 수준에 오르면 이 고비는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예상컨대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델타 변이 등의 비중이 높아지고 돌파감염이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년 봄과 여름 기존 백신 접종자들이 새로운 접종을 다시 받아야 한다. 한 번 방문한 코로나19는 안타깝게도 쉽게 작별을 고하려 하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전망이 함의하는 바는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내년 2022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저개발국의 상황을 지켜보면, 지구적 차원에서는 2024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 사례가 그러했다.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플루 팬데믹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선 대규모 사망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지난 1년 반의 ‘코로나19의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 인류가 거대한 전환 속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세계화의 후퇴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기, 경제적 산업구조의 재편과 언택트 사회·문화의 약진, 비자발적 오프라인 고립의 증대와 이에 상응하는 온라인 부족 문화의 강화가 현상들이라면, 그 본질에는 바이러스의 예기찮은 습격이 놓여 있다. 이러한 흐름은 문명 대전환기의 새로운 풍경이다. 경제와 팬데믹의 ‘이중적 뉴노멀’, 다시 말해 ‘뉴노멀 2.0’의 현실이라 할 만하다.

바로 이 ‘코로나19의 시간’에 ‘대선의 시간’이 중첩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중요해졌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도 그 핵심 의제를 이뤄 왔다. 당장 미래 의제였던 기본소득이 현재 의제로 앞당겨졌다. ‘한국판 뉴딜’의 양 축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도 코로나19였다.

가장 큰 쟁점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불평등 문제다. 지난 500여일 동안 코로나19가 진행되면서 서구 사회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경향이 증가했다. 더하여 우리 사회에선 아파트 가격 폭등에 따른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돼 2030세대의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을 격발시켰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지구적 차원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더라도 정부의 미숙한 주거정책이 그 한 원인이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어떤 선거든 투표에는 심판과 전망이라는 두 가지 속성이 존재한다. 대선은 심판투표보다 전망투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일반적 평가일 뿐, 개별 선거에선 각기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17년 대선은 미래 전망 못지않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라는 과거 심판의 성격이 분명했다. 당시 ‘적폐청산’이란 언설은 이 심판을 상징했다. 내년 3월 대선에서 심판과 전망 가운데 어느 경향이 두드러질지 예단하긴 어렵다. 확실한 것은, 방역·백신·경제회복을 포함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그 평가 항목의 하나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나의 바람은 간명하다. ‘코로나19의 시간’도, ‘대선의 시간’도 모두 미래로 흐른다. 불평등 해결이든, 이를 위한 새로운 성장이든, 일자리 창출이든, 신복지 구축이든, 나아가 성장과 분배 및 개방과 복지의 이중적 선순환이든 모두 중대한 대선 의제들이다. 이 의제들을 향해 나가는 ‘미래의 시간’이 이제 활기차게 흐르길 나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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