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d/p디렉터
카미유 앙로, Grosse Fatigue, 2013, 단채널 비디오, 13분 ⓒ Camille Henrot, Silex Films and kamel mennour, Paris

카미유 앙로, Grosse Fatigue, 2013, 단채널 비디오, 13분 ⓒ Camille Henrot, Silex Films and kamel mennour, Paris

기원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과학기술이 미친 속도로 발전하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존재하게 한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명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신화는 상상과 사실과 은유와 상징을 버무려 기원에 대한 신비로운 가설을 써내려가고, 과학은 물질세계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며 기원의 실마리에 다가간다.

카미유 앙로는 스미소니언박물관의 아티스트 리서치 펠로십 기간 동안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기록보관소, 국립자연사박물관,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소장품을 촬영할 수 있었다. 수집, 보존, 분류 업무에 특화되어 있는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둘러보면서 앙로는 이 자료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고, 가설을 증명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고, 거대한 구조를 짜면서 ‘기원’의 시점을 가시화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폭력과 살상의 상황을 연상시키는 동물 표본을 비롯하여 박물관을 채운 소장품들에서 그는 인간의 무한하고도 편집증적인 지식욕망을 엿보았다. 죽음의 껍데기마저 소유하여 우리 자신의 역사를 구축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거대하고 피곤하다.

앙로는 ‘기원’과 관련해서 수집한 이미지들이 자신의 컴퓨터 바탕화면 위에 리드미컬하게 팝업창으로 쌓이고 지워지는 영상을 제작했다. 과학이론, 종교의 창조론, 신화 등 우리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한 자료 위로 작가와 시인 제이콥 브롬버그가 함께 쓴 시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자기의 역사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탐욕도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박물관의 시스템은 이제 디지털세계와 연결되어 무한에 가깝게 정보를 추적하고 자료를 축적한다. 빠르게 등장하고 확산하는 디지털세계의 속도와 가벼움을 타고 ‘기원’을 탐구하는 압도적인 데이터가 깊은 발자국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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