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는 정책, 과거 회귀하는 서울시장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일생에 집값이 부담되지 않는 시기가 없다지만, 아르바이트 혹은 초봉으로 월셋방에 살던 시기만큼 주거비가 압도적이었던 적도 드물다. 초봉 200만원에 50만원 넘는 월세를 공중에 뿌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년 정책에서 사회주택을 비롯한 공공주택 공급과 주거비 지원 정책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월세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지난 8월26일, 제4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청년 주거비 지원’ 정책이 발표되었다. 중위소득 60% 이하의 청년가구라면, 월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왜 청년의 주거비 지원일까. 이미 모든 국민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주거급여 수급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단, 30대 미만의 비혼·미혼 가구만 빼고. 청년은 독립가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20대는 4인 가구의 틀에서 부모에게 보호받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편견이 차별적 제도를 30년 넘게 용인해 왔다.

시대가 변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가족의 모습은 다양하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비혼 가구 역시 증가 추세다. 새로운 가구와 일상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월세 지원을 포함한 청년 정책은 ‘청년기본법’ 시행 첫돌을 맞이하며, 결혼과 대가족을 근간으로 한 전근대적인 제도에 일침을 가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청년 정책의 철학과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극화와 부의 세습 틈바구니에서 출발선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기를 희망한다.

기념비적인 날, 안타깝게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회주택에 관한 행정감사 내용을 시민에게 보고하기 전 개인 유튜브인 ‘오세훈 TV’에 선공개(?)하는 물의를 일으켰다. 과열된 인터넷방송 시장의 유튜버 신분이었다면 십분 이해하겠으나, 서울시의 공적 행정력과 정보력을 정쟁의 수단으로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형식보다 내용이다. 사회주택은 공기업 독점인 공공주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으로, 공공과 민간 협업의 비영리 주택정책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예산 낭비, 임대료 규정 위반, 정책 사유화, 특혜 선정을 지적하였지만 임차인에게 유리한 조건 변경이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주거복지에 기여하고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정책을 두고 예산 낭비라 지적하는 모습은, 그가 1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시민보다 개인의 영달만을 중요시하는 정치인을 단호히 거부한다.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치는 30년 전의 편견을 깨고 일상의 변화를 존중하는 것이지 1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의 색과 상관없이 좋은 취지의 정책은 끌어안는 대승적인 정치를 바란다. 그 안에서는 주거불안을 경험하는 청년과, 제도적 빈틈을 메우고 사회적 가치를 꿈꾸는 수많은 시민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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