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식탁을 바꾸는 4가지 변수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코로나19는 소행성 충돌에 비유될 만큼 우리 삶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충격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는 음식이다. 코로나는 식탁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4가지 변수로 설명한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첫 번째 변수가 비대면 소비의 증가다. 국제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이후 전 세계 소비자들의 63%가 외식 빈도를 줄였다. 칠레·멕시코·아르헨티나는 이 비율이 무려 80%에 이른다. 대신 온라인 배달 음식 소비는 늘었다. 리서치앤드마켓은 지난해 전 세계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1113억달러(약 133조원)였으며, 2023년에는 이보다 약 39% 증가한 1543억달러(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온라인 식품 시장 거래액은 4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2% 늘었다. 이 가운데 온라인 배달 음식 거래액은 17조4000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77%나 증가했다.

비대면 문화는 집 나간 집밥을 돌아오게 했다. ‘집밥의 귀환’이 두 번째 변수다. 무엇보다 미국의 변화가 눈에 띈다. 패스트푸드 종주국으로 1970년 이후 집밥이 가장 먼저 해체된 나라가 미국이었다. 미 식품안전정보협회의 ‘2020 식품과 건강’을 보면, 미국인 85%가 코로나 이후 음식과 그 준비 방법을 바꿨다. 바뀐 방법의 60%가 집밥이었다. 같은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이 추구하는 음식의 핵심 키워드는 면역(40%)이었고 이를 위해 채소, 과일, 식물성 단백질 등의 섭취를 늘렸다. 맛과 효율에서 영양과 안전으로 음식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이 세 번째 변수다.

그런데 이번 변화의 추세는 기존 변화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기존에는 경제구조 혹은 기술혁명 같은 거대 담론이 등장하면서 음식이 바뀌었고, 대중은 수동적으로 끌려갔다. 음식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집단적 자아’를 형성하는 사회적 매개물이기 때문에 대중은 역사적으로 수동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꽉 짜여진 음식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이 등장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의사소통 공간이 엄청나게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키워드가 ‘경험·재미’다. 영국 온라인 식품배송 업체인 웨이트로즈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영국에서 조개·홍합·굴을 포함한 해산물 소비가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와인 주문이 늘었는데 이 가운데 로제 와인 판매가 급증했다. 맛의 모험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달고나 커피에 이어 올해 달고나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 덕분에 전 세계에 유행 중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코로나 이후 반조리된 밀키트 판매가 급증한 것도 요리를 재미있는 경험으로 여기는 MZ세대의 문화 덕분이라는 해석도 있다. ‘식량위기’ 같은 난제도 있지만, 코로나에 따른 음식의 변화가 예전의 사례들보다 더 흥미로운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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