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내리면 지지율 오를까

송진식 경제부차장

대한민국은 부동산으로 돈 벌기 좋은 나라다.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1년 새 몇억원씩 집값이 오른다. 오른 집값에 비하면 보유세 부담은 ‘새 발의 피’이지만, 그래도 염려가 된다면 걱정할 게 없다. 정부가 알아서 보유세를 깎아준다. 종합부동산세는 부과기준을 올려 여간하면 내지 않아도 되도록 해줄 예정이다.

송진식 경제부차장

송진식 경제부차장

만일 내가 강남과 마포에 공시가격 30억원 이상(시가 약 43억원) 아파트를 두 채 이상 갖고 있어 부담이 된다면?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기저기서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하는 나라” “세금폭탄” 운운하며 난리다. 곧 정부가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제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것 같고, 분위기를 보아 하니 슬슬 매물이 쌓이는 것 같아 집을 팔고 싶다면 조금만 기다리시라.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를 팔 때 세금을 안 내거나 덜 내도 되도록 정치권에서 양도세 법안을 만지고 있다. 지금은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높이는 얘기가 나오지만 곧 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나올 것이다.

2021년에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수십년간 반복된 ‘역사’다. 2030세대가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빚을 내 집을 사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 역시 이 ‘역사’를 보고 자랐다. 안타깝지만 다음 세대에도 이 ‘역사’는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전체 가구의 3.7%가량이 종부세를 낸다. 3.7%라는 극소수를 위해 막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사례는 종부세 말고는 없을 것이다. 유류세 인하 등과 같은 한시적 인하는 그나마 대부분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나 치자. 헌법으로 조세평등주의, 조세법률주의 등 세금과 관련된 엄격한 원칙을 세워둔 이 나라에서 왜 유독 종부세는 예외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종부세를 ‘민심’과 결부시켜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기득권 세력에게 굴복한 결과다. 한 유력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없애든가 재산세로 통합하겠다”고 공언했다. 종부세가 여러 법률에 위배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황당하다. 종부세는 숱한 헌법소원 끝에 ‘합헌’ 결정을 받았는데 말이다. 종부세를 향한 기득권의 공격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미 원칙이 무너진 종부세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기득권 입장에선 종부세는 어느 정도 해결했으니 남은 건 양도세다. 올 6월부터 양도세율이 최대 75%까지 중과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적용받는 대상은 역시나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한 극소수다. 일각에선 “양도세를 내려야 매물이 나올 것”이라며 공급부족인 부동산 시장에 양도세 인하가 필수라고 계속 군불을 지피는 중이다.

양도세를 내리면 매물이 늘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5월 말까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됐을 때 시장에 매물 증가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양도세를 내려 혹시나 매물이 늘어난다 해도 실제 공급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집값이 과도하게 올라 있어 주택 구매수요가 이미 주춤한 데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집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를 내려 얻은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세금을 올리면 올렸다고, 내리면 내렸다고(일관성 없다고) 비판받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땐 그냥 좀 놔두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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